중앙대, 학생들 상경계 소속변경 원해 사실상 폐지

로스쿨 설치에 따른 법학부 폐지 이후 각 대학에서 신설한 자유(율)전공학부가 ‘개설 2학기’를 맞았다.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의 소속감 결여 △전임교수 수 부족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자유전공학부가 일부 학생들로부터 인기학과 진학을 위한 ‘뒷문 입학’으로 인식되면서 문제를 낳고 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로스쿨 설치 후 법대 잉여정원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설치한 대학은 13개교다. 이중 중앙대는 지난 7월 자유전공학부를 공공인재학부로 개편했다. 신설 한 학기만에 자유전공학부가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중앙대측은 자유전공학부를 ‘뒷문 입학’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고 봤다. 이 대학 윤경현 기획처장은 “자유전공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봤더니 70% 이상이 상경계통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며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경영학과를 가고 싶었으나 점수가 모자란 학생들이 뒷문으로 들어오는 통로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는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신설됐다. 중앙대는 자유전공학부가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판단, 공공인재학부로 개편한 것이다. 공공인재학부는 국가고시와 로스쿨을 준비하는 2개의 트랙으로 운영된다.

고려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자유전공학부가 경영대 등 소위 인기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뒷문’이란 인식 때문이다. 장영수 자유전공학부장(법대 교수)은 “다른 대학의 예를 들어 완전한 소속변경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고, 심지어는 자유전공학부를 특정 학과에 대한 뒷문 입학 정도로 생각하는 학생·학부모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사립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자유전공학부 설립 취지에 맞게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천천히 탐색하러 온 학생도 있지만, 경영대를 노리고 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것이 학생들의 소속감 문제다. 자율전공학부는 2학년 진급 시 원하는 학과를 복수전공할 수 있거나 아예 소속변경을 해주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소속감에 대한 혼란은 존재한다. 전북대 자율전공학부 1학년 최용우씨는 “2학년 때부터는 각자 복수전공한 학과로 흩어지기 때문에 동기들과 떨어지게 돼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나 서울시립대는 2학년 진급 시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소속을 변경해 주고 있지만, 학생들의 느끼는 혼란스러움은 별반 차이가 없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2학년 진급 시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단과대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수가 선택하는 전공으로 간다면 자치회를 만들어 적응할 수 있겠지만, 소수가 택하는 전공으로 가면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1학년 때 다른 학부로 들어왔기 때문에 다른 학과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자유로운 학문탐색이 자유전공학부의 취지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대는 내년부터 자유전공학부생 내에 인문사회전공과 과학기술전공을 둘 생각이다. 학생들을 문·이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차제순 자유전공학부장은 “인문사회·과학기술 전공을 구분하지 않으니까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국가 이공계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경우, 이를 구분해 줘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로스쿨 설치 이후 법학부를 폐지하면서 생긴 잉여정원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향후 로스쿨 증원을 감안, 본부나 법대 소속으로 학부를 설치한 대학이 많다. 특히 로스쿨법 자체가 급작스럽게 통과되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자유전공학부의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전임교수 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박훈 자유전공학부장은 “63명의 학생들의 인성·진로 지도를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며 “로스쿨 교수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차제순 충남대 자유전공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 학기에) 10회 이상 학생들을 면담하고 있다”며 “학생 관리를 하다보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자유전공학부의 특성상 타 대학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전임교원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영남대 천마인재학부 관계자는 “여러 전공이 섞여 있기 때문에 겸무교수 형태로 교수진이 짜여 있다”며 “만일 전임교수를 채용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경우 타 학과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는 대부분 1학년 때 공통 교양과정을 듣고, 2학년 진급 시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경영학과 등 일부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교수·강의실·강좌 수 확충이 미리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유전공학부 신설 2년차가 되는 내년에 앞서 대학들이 미리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신하영·민현희·김형·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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