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정원외 선발 못해 연간 140여명 결손

전국 30여 개 대학이 약대 신설계획을 밝힌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가 약대정원을 390명 증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향후 고령화에 따른 약사 수요와 신약개발 분야의 인력 수요를 고려할 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임상·실무교육이 강화되는 6년제 약학교육에 따른 교원확충 등을 위해서라도 360명 증원안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이에 따라 본지는 약대증원 규모의 적정선을 다시 한번 진단해 보고, 권역별·대학별 약대 신설 준비 현황을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건복지가족부가 무려 28년간 동결돼 있던 약대 총정원을 증원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390명 증원은, 증원이 아닌 감원이란 주장이다.

복지부가 지난 6월29일 발표한 약대 정원조정안에 따르면, 약사 총 정원은 현 1210명에서 2011학년도부터 1600명으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390명은 2030년까지 약사 공급과 수요 체계를 예측, 약사 공급 부족분을 고려해 산출했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의 생각은 다르다. 복지부의 산출방식에서 허점이 보인다는 얘기다.

먼저 약대 6년제(2+4체제)가 본격 시행되는 2011학년도부터는 ‘정원외 입학’이 불가능해진다. 기존 대학 2년과정 이상을 수료한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시험이 치러지므로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이 △농어촌·외국인 특별전형 △학사편입 등 정원외 모집을 할 수 없다.

전국 20개 약대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과거 10년간 정원외로 선발한 학생 수는 평균 141.2명이다. 기존 약대들로선 연간 140여 명을 손해 보는 셈이다. 정원외 선발을 합하면 약대들의 입학정원은 1210명이 아닌 1350명이란 계산이 나온다. 정원외 선발인원(129명)이 비교적 적었던 지난해에도 약대들은 1333명을 뽑았다.

더욱이 2009학년도 입학부터 6년제가 적용돼 2년간 약대들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한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약사가 배출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2년간 약사배출 공백이 적어도 2700명이 발생한다. 이를 10년에 걸쳐 충원한다고 해도 연간 270명의 정원이 더 필요하다.

증원이 아닌 감원이란 지적은 이 때문에 나온다. 더 이상 뽑을 수 없는 정원외 선발인원 140명과 2년간의 약사배출 공백인원 2700명을 감안하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기존 약대들이 700명대의 증원을 요구한 이유다.



정부로서도 애써 390명을 증원 했음에도, 미래 약사 배출 인력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2년간 약사국시 합격자는 평균 1367명. 늘어난 약대정원 하에서 1600명을 선발한다고 해도 현재 약사국시 합격률 85%를 대입해 보면 실제 배출되는 약사 수는 1300여 명 선으로 예측된다. 28년간 묶여있던 약대 정원을 늘렸음에도 증원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약사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8년 대한병원협회가 발간한 ‘전국병원명부’에 따르면 전국의 총 병상 수는 34만262개다. 2009년 현재 병원약사회에 신고 된 병원약사는 417개 병원 2548명이다. 현재 ‘80조제건수 당 약사 1인을 둬야 한다’는 의료법시행규칙을 적용해도 병원약사의 충원률은 37.6%에 불과하다.

더욱이 학계와 병원약사회 등에선 현재 조제건수로 돼 있는 약사인력 기준을 병상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고령화에 대비해 약사 충원기준도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병상당 약사 1인 기준을 적용하면 병원약사 수는 더 부족하게 된다. 더욱이 2015년까지 수도권에만 1만2000병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가 신성장동력 산업군으로 지정한 신약개발 부문과 향후 고령화로 인한 약국약사 수요를 감안해도 추가 증원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신약을 한 번도 개발해 본 경험이 없다”며 “정부가 신약개발 부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면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라도 약대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대들 “6년제 약학교육 어떻게···”
전임교원 20명 이상 필요, 정원 80명 이하 대학들 난감
‘6년제 약대’ 임상·실무교육 강화로 겸임교원도 확충 필요


약대 증원규모 390명은 기존 약대에 대한 배정 보다는 신설에 방점이 찍혀 있다. 때문에 정원 80명 이하의 기존 약대들의 반발은 거세다.

6년제 약대는 전공·임상교육을 보강한 것이다. 기존 4년제에서는 교양과정(1.5년)을 제외하면 전공교육연한이 2.5년이었다. 이에 비해 6년제는 전공교육연한이 4년으로 늘게 된다. 졸업요구 학점도 기존 110학점에서 약 170학점으로 6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계에선 170학점의 전공과정을 통해 우수 약사인력을 양성하려면 적어도 20명 정도의 전임교수가 필요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임교수를 확충하려면 학생 수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기존 약대들이 적어도 정원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 전국 20개 약대 중에 정원 80명 이상인 대학은 덕성여대(80)·숙명여대(80)·이화여대(120)·중앙대(120) 뿐이다. 나머지 16개 대학의 약대가 80명 이하의 정원으로 6년제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6년제 하에서는 실무실습 교육을 담당할 겸임 교수도 필요해 진다. 대학당 30~40명의 겸임교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현재 정원 30~60명 규모의 상당수 약대들은 6년제 하에서 약대 운영이 걱정이다. 대학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약학교육의 내실화가 어려워진다. 오히려 6년제 시행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의 한 약대 교수는 “6년제 하에서 필요한 교수를 확충하려면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대학으로서도 적자를 보지 않으면서 약대를 운영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며 “그렇다고 학생들 등록금을 대폭 올릴 수도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시도별·권역별 배정 사이의 함수관계
복지부 ‘시도별 배정’ 고수 vs 대학은 ‘권역별 배정’ 요구
“약사면허 전국 사용, 시도별 배정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복지부가 약대 증원을 결정할 때 증원규모 외에도 논란이 됐던 게 배정방식이다. 복지부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약사도 보건의료 인력이란 이유로 시도별 배정원칙을 고수했다.

시도별과 권역별 배정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기존 약대들은 권역별 배정을 요구했다. 이미 생활권이 광역화 돼 있기 때문에 광주와 전남, 대구와 경북을 나누는 것보다는 묶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의 이면엔 권역별로 배정해야 기존 약대에 돌아갈 정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복지부 입장에선 권역별 배정이 부담스러웠다. 서울·인천·경기를 묶어 수도권으로 분류했을 경우, 고려대와 연세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광주·전남을 하나로 묶었을 경우, 조선대와 전남대에 이미 약대가 있기 때문에 추가 배정이 없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권역별로 묶어 서울·경기·인천을 한 묶음으로 했을 경우 특정 대학에 정원 배정을 해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권역으로 분류했을 경우 호남에는 (약대 정원이) 한명도 안가 전라도 홀대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면, 학계에선 “시도별 배정보다는 권역별 배정이 낫다”고 지적한다. 최근 교과부가 구성한 약학대학 정책자문위원회에서도 약대 교수들은 ‘권역별 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학계에서 권역별 배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지역별 역불균형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의사와 간호사 인력배출에 따라 약대정원을 시도별로 배정했지만, 약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황성주 충남대 약대학장은 “의사와 간호사에 비해 약사 자체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도별로 배정하면 역불균형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모집단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이를 시도별로 나누게 되면 부족한 지역은 더 부족하게 되고, 많은 지역은 더 많아지게 된다는 논리다. 최근 5년간 의사와 약사 면허 합격자 수로 보면 의사는 3562명, 약사는 1359명이다.

특히 약사면허를 전국에서 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도별 배정은 무의미 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약대가 없는 시도에 약대정원을 배정해도, 지역 약대 출신이 해당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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