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전문대학 이야기 들어보니...

올해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실시하는 계명문화·백석문화·영진전문·재능대학 등 4개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는 전문대학에 맞는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대학들 역시 입학사정관제에 관심이 높아, 이번 시도가 좋은 성과를 올릴 경우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제 기준을 마련한 4개 전문대학은 “학생부 반영 비율과 면접 방법을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 전공 맞는 인재 뽑는 게 목표

4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이유는 ‘대학 특성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 있어서’와 ‘성적 이외의 인성을 판별할 수 있어서’였다. 계명문화대학의 ‘전공리더육성전형’은 ‘학습형’과 ‘실무형’으로 나눠 선발하는데, 학습형은 학생부 성적 5등급 이내, 실무형은 학생부 7등급 이내 성적과 입상실적을 요구한다. 김종하 입학팀장은 이에 대해 “전형 명칭대로 각 전공 분야의 리더를 뽑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백석문화대학의 ‘백석글로벌리더전형’은 기독교대학이라는 설립이념에 맞는 인재를 뽑는 데 목적이 있다. 태스크포스팀이 마련한 세 가지 기준은 △기독교 대학에 맞는 인성을 갖춘 인재 △리더십을 갖춘 인재 △전공의 적성에 맞는 인재였다. 이찬기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설립이념을 반영하는 데 유리하다. 기독교적 문화를 이해하고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지를 판별하는 기준을 마련하려고 여러 각도에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진전문대학은 성적과 관계없이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김기원 입시관리팀장은 “입시현장에 있어 보니 특정 분야에서는 뛰어난데 성적 때문에 입학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학사정관제는 특정학과에서 재능 있는 학생을 뽑는데 적합한 전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JEIU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하는 재능대학은 자기 및 교사, 입학사정관 추천이면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추천 항목 역시 봉사활동과 현장체험은 물론 집중력·창의력·헌혈·자격증·임명장 등 거의 모든 학생이 도전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 오창규 입학사정관제 태스크포스팀장은 이에 대해 “학생성적을 우선시하는 4년제 대학과 달리 다른 요소로 인재를 찾아보자는 게 입학사정과제의 목표”라고 말했다.


■ 학생부 반영·면접 방법 고심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한 4개 대학이 고심한 것은 학생부 반영이었다. 학생부 반영과 관련, 이를 두고 대학 내에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응시 자격기준에서 학생부를 반영한 계명문화대학은 “리더를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발기준”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백석문화대학 역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학과들이 최소한의 기초수학능력은 있어야 하는 학과들”이라며 “국가고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과들은 성적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찬기 입학처장은 이에 대해 “4년제 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성적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 태스크포스팀 내에서도 ‘성적 좋은 학생을 뽑으려느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겠느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실제로 있었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인 면접은 모든 대학이 가장 고심한 부분이다. 대학들은 누구를 입학사정관으로 할지, 인원은 몇 명으로, 어떤 방식으로 몇 분 정도 할지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했다.

계명문화대학은 1차 심사에서 고교 내신성적 50%와 학과면접 50%를 적용해 3배수를 뽑은 후 2차에서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1차는 각 과 교수 2명이 교차 심사를 하며, 2차에서는 2명이 5개 계열로 나눠서 하는 등 크로스 체크 방식을 적용했다.

백석문화대학은 1단계에서 학생부와 서류로 3배수를 걸러 낸 후 2단계에서 심층면접 60%를 적용한다. 심층면접은 인성·리더십·전공 세 영역에 맞춰 목사 1인+교수 2인으로 구성된 세 명의 면접관이 진행한다. 인성에 대한 질문은 목사가 하고 평가는 나머지 두 명의 교수도 참여한다. 리더십과 전공 분야 질문도 마찬가지로 해당 교수가 질문하고 세 명이 함께 평가한다.

영진전문대학 입학사정관은 모두 29명으로, 이 중 4명은 위촉인사다. 위촉인사는 하이닉스 인재개발원장 등 산업체 인사들로 구성했다. 김기원 입시관리팀장은 “전문대학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취업인 만큼, 취업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시각도 참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점수를 벌이기 위해 A부터 E까지 5점 척도로 평가표를 만들어 놓았다.

재능대학은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하면 각각 5명의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다섯 명 중 최상·최하 점수를 제외한 3명의 점수로 평균을 낸다. 입학사정관은 모두 20명으로, 최근 2~3년 내에 전문계 고교를 퇴직한 교사들을 외부평가위원에 포함시킨 게 특징이다.


■ ‘전문대학 맞는 제도’ 한목소리

4개 전문대학은 이번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더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0명 안팎을 선발하는 다른 대학에 비해 210명으로 비교적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영진전문대학도 “인원이 확정된 게 아니다. 더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들도 내년에는 적극 참여할 예정이어서 정부 지원이 있을 경우 폭발적인 증가도 예상된다.

전문대학이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높은 이유는 “전문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담당자들의 답변이다. 오창교 재능대학 입학사정관제 태스크포스팀장은 “4년제 대학이 과학고나 외고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문대학은 사실상 성적보다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만 가지고는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원 영진전문대학 입시관리팀장은 “희망 학과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다면 전문대학 취지에 맞는 학생을 길러 내기 쉽다. 대학의 자율성은 물론 입학선발의 효율성까지 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교육 문제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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