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락한 이후, 정치·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 분야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그동안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기능'과 생산된 지식을 +재생산하는 '교육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생산하지 못했으며 유능한 노동인력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도 국제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을 이 지경으로 만든 최고의 원인 제공자인 교육부에 대해 단지 구조조정의 차원을 넘어 처음부터 틀을 다시 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년간 전국 대학(산업대, 교육대, 전문대 포함) 가운데 무려 1백60개 대학에 대해 단 한 번의 종합감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종합감사 실시 여부를 설립별로 보면, 4년제 국 공립대 가운데 서울대와 서울시립대가 대학설립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전혀 받지 않았으며, +사립대의 정우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아주대, 포항공대, 흥익대 등 65개 대학이 설립 이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 3년간 56개 대학에 대한 감사를 실시, 지적 사항을 적발하고도 보직해임 및 인사조치는 단 한 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치 건수의 16.7%인 92건이 시정 및 개선사항 요구에 그쳤고, 아주 가벼운 처벌에 해당하는 경고 및 주의 건수는 전체의 90%에 달했다.

교육부 행정감사 규정 제2조(감사주기) 제3항에 따르면 국·공립대, 산업대, 교육대, 전문대 및 방송대에 대한 감사 주기는 3년으로 되어 있으며, 사립대는 이에 준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이 규정을 적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면서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전 교육부 감사관이 대구대 재단으로부터 +'대학 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선 이사진의 비리를 감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3천만원을 교육부 감사관실에서 버젓이 받고 예정에 없던 특별 '청부감사'를 해준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감사관실 서기관도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감사 정보를 알려 달라', '감사를 쉽게 해 달라', '무슨 일이 생기면 잘봐 달라' 등의 부탁과 함께 14차례에 걸쳐 1천6백만원을 받고 '솜방망이 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교육개혁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할의지가 있다면 교육부 자체의 비리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교육부 감사관이 자체적으로 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오히려 대학을 +획일화시킬 우려가 많은 학부제 실시와 대학원중심대학 운영과 같은 학문정책은 개별 대학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전근대적인 운영과 비리구조를 혁파할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감시기능을 확대하는 일에 온갖 힘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대학에 대한감시·감독 권한을 교육부에서 감사원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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