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지망생들이 매년 치르던 학력고사가 수능고사로 이름이 바뀐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수능고사는 여전히 수능고사가 아니다. 즉 수학능력을 보는 고사가 아니라 여 전히 합격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성적순위 고사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고사 성적의 반영률이 대학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고교내신성적까지 합해서 입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여전히 성적순위일 뿐이다.

특차전형률이 많아졌다 해도 학생선발 기준을 어디까지나 성적순위에 두어야 된다는 기본적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특례가 허용되는 특차전형에서마저 입시생의 특기 기타 특별 한 조건이 아닌 수능고사 성적 우수생을 서로 먼저 확보해두려고 대학간에 경쟁이 벌어진다.

이렇게 성적순위가 대입 당락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수능고사는 여전히 수능고사가 아닌 학력고사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애초부터 수능고사로 명칭이 바뀐 이유는 학생선발의 기준을 학업성적 서열에만 두지 않고 다만 수학능력 여부만을 판단한 후 성적외의 다른 개인적 자질등을 선발요건에 반영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당연히 그래야만 된다. 왜냐하면 우수한 인재는 그런 학업성적의 서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년후 또는 그 뒤에 그들이 무엇이 될지는 4년 동안 학업을 마치고 또는 그 뒤에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같은 변화발전의 결정요인은 입학 때 수능성적순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고사 380점인 학생이 280점인 학생보다 더 우수한 인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깊이 있는 사고력, 창의적인 사고력, 기발한 상상력, 인생과 세계를 보는 안목 등에 있 어서 그 자질은 수능고사 고득점자가 되기 위한 공부 외의 다른 많은 것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4지선다형에서 하나의 정답에 대한 예와 아니오의 기 호만 강요하는 공부에서는 아무리 고득점자라도 경직된 사고행위의 습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들의 사고의 경직성은 오랫동안 우리를 억눌러 왔던 관료계급의 권위주의나 군사문 화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능고사에만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도서와 그밖에 개인적 재능계발이나 관심사에 대한 집중의 기회를 빼앗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은 실제로 입 증되고 있다. 수능순위에 따라서 결정된 일류대생과 기타 학생들은 비교해 보면 그것은 엄 연한 사실로 드러난다.

지금 우리는 지식기반사회로 돌입하고 세계속에 완전히 노출, 개방되고 창의적 사고가 곧 21세기를 살아남을 생존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등교육의 방향은 자명해진다. 즉 수능고사부터 명실그대로 기본적 수학능력측정에 그쳐야 하고 학생선발기준은 지원자 모 두를 한줄로 세우는 성적순위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개인적 자질과 특성을 최대로 살리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일류대주의의 병폐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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