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몸담은 모교를 위해 일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지요.”

박철(59) 한국외대 총장은 총장이란 '행복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모두 대학 발전을 위해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총장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출신 교수·총장인 만큼 대학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갖고 있다. 그리고 모교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듯 박 총장은 지난 2006년 3월 취임 이후 쉴 틈 없이 많은 일들을 추진하고 이뤄 냈다. 한국외대를 졸업해 1985년 교수로 임용된 후 현재까지 평생을 후학 양성과 대학 발전을 위해 일해 온 박 총장. 앞으로도 모교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박 총장의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벌써 임기 마지막 학기를 맞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학문이 좋아서 매진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젊고 활동력 있는 나이에 모교의 총장으로 일할 수 있어서 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시간 흐르는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을 만큼 바쁘게 지냈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생각으로 교육 프로그램·환경 개선에 가장 큰 정성을 기울여 왔다.”

-대학의 최우선 가치는 역시 교육이다. 한국외대만의 독창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외대는 올해 서울캠퍼스에 몽골어과, 용인캠퍼스에 우크라이나어과를 신설하고 기존 터키어과에 아제르바이잔어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외대는 총 45개 외국어를 교육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외국어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다양한 외국어 교육과 함께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 함양, 외국어·경영·경제·법·공학 등 학문 간 융합 교육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을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7+1 제도’·‘2중 전공제도’·‘2개 외국어 졸업 인증제도’ 등이다. ‘7+1 제도’는 학부 재학 기간인 8학기 중 1학기를 외국 대학에서 수학, 글로벌 마인드 함양에 도움을 주는 제도다. 또 ‘2중 전공제도’는 학생들이 입학 당시 선택한 전공 외에 하나의 전공을 더 이수토록 하는 것으로 본래 선택 사항이었으나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의무 이수토록 기준을 강화했다. ‘2개 외국어 졸업 인증제도’는 학생들이 졸업학점 이수, 졸업논문·시험 통과는 물론, 2개 외국어에 대한 인증까지 획득해야 졸업 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과 신설과 교수·학생 지원도 주목된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유엔평화대학 석사과정을 개설했고 지난해에는 통번역대학을 마련했다. 또 올해는 로스쿨 유치와 더불어 중국어대학·일본어대학·글로벌경영대학을 신설했다. 학생들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도 강화했다. 한국외대는 국내 최초로 외교부·KOTRA 인턴십을 시행해 매년 200여 명의 학생들이 해외 대사관·국제기구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외국인 교수 비율도 31.97%까지 늘려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 환경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여 교수들이 연간 3회까지 항공료·체재비 등을 전액 대학으로부터 지원 받으며 해외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눈에 보이는 환경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우선 서울캠퍼스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2007년 캠퍼스 개편 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외대 비전 2016’을 수립하고 하층부만 개관돼 있었던 신본관 건물을 지상 13층으로 증축, 완공했다. 또 지하 2층·지상 8층, 연면적 약 6314m² 규모의 법학관을 준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학생회관과 영어전용기숙사 ‘글로비돔’으로 구성된 국제학사를 개관했다. 12층 규모의 T자형 건물인 국제학사는 1층부터 4층까지는 학생회관으로, 5층부터 12층까지는 영어전용기숙사로 사용된다. 외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올해 초에는 신본관 앞 마당에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이에 더해 현재는 구본관이 위치해 있던 부지 아래쪽에 지하캠퍼스를 조성해 다목적 대형 강당과 학생 복지시설 등을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캠퍼스 발전도 한창이다. 특히 최근에는 약대 신설 작업이 활발한데.

[사진] 박철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

“외국어대 약대는 타 대학 약대와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외대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국제화·첨단화를 선도할 약학도로서의 능력, 외국어 실력, 글로벌 마인드를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약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우수 교수 유치와 연구 기자재 확보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 해외 대학 약대와의 교류·협력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 세계 72개국 316개 대학·기관과 교류하고 있는 한국외대의 약대 신설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약대 신설과 함께 용인캠퍼스는 기존 기숙사 모현학사의 노후와 수용인원 부족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2기숙사 신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용인시와의 협력으로 영어마을 조성 작업도 한창이다.”

-송도캠퍼스 조성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인천시와 송도글로벌캠퍼스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5공구 부지 확정 통보를 받았다. 현재 차질 없이 송도캠퍼스 신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토지매매계약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 4만9587m² 부지 위에 설립되는 송도캠퍼스에는 통번역센터, 국제비즈니스센터, 한국어문화교육원 등이 들어서 글로벌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지난달 25일에는 교수 300여 명과 함께 송도를 방문해 캠퍼스 현장을 둘러보고 회의도 진행했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모든 교수가 송도캠퍼스에 대한 벅찬 마음을 공유할 수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바쁜 가운데 총장으로서 뿐 아니라 학자로서도 훌륭한 성과를 냈다.

“지난 6월 25일 스페인 왕립학술원의 종신회원으로 선출됐다. 왕립학술원은 스페인 출신 정회원 46명 외에 외국인으로서 자국의 스페인어 발전과 보급에 기여한 학자들을 외국인 회원으로 선출하고 있다. 스페인 왕립학술원 종신회원 선출은 41년간 스페인어문학 연구에 전념한 학자로서도, 45개 외국어를 교육하는 한국외대 총장으로서도 정말 엄청난 영광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페인어문학 연구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오는 11월 예정돼 있는 차기 총장 선거에 다시 나서게 된다. 송도캠퍼스 신설, 용인캠퍼스 약대 설립 등 아직 진행 단계에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현재로서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동안 진행해 왔던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한국외대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데 4년의 시간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리=민현희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박철 총장은…

서울 출생. 한국외대를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한국외대 교수로 부임한 뒤 홍보실장, 외국문학연구소장, 연구협력처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대외활동도 활발히 벌여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세계세르반테스학회 이사, 한국외국어교육학회장, 하버드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외국어대학 총장협의회장, 한·스페인 우호협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스페인 한림원 종신회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한국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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