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1개 대학 중 불만족도 매우 높아

전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대학 중 하나이며 학문적 명성으로 보나 정치계, 경제계 등 출신 인사들의 면모로 보나 세계적 명문대임을 공인받은 하버드대가 학생 만족도 수준은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 29일자 보스턴 글로브지에 따르면 하버드대 학부 재학생들은 교수의 나태함과 무미건조한 캠퍼스 생활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비리그 대학 8개교를 포함해 메사추세츠 공대(MIT), 스탠포드대와 같은 유명한 대학들과 소규모대학인 암허스트대와 웰슬리대 등 고등교육재정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총 31개 대학들을 대상으로 학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하버드대는 조사 대상 대학 가운데 학부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학생들의 전체 만족도 수준은 5점 만점에 3.95점으로, 하버드를 제외한 나머지 30개 대학의 평균 만족도 4.16에 못 미쳤다. 나머지 대학 중 4개교 만이 하버드보다 낮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여 31개 대학 중 만족도 수준은 뒤에서 다섯 번째인 셈. 특히 이 대학 학생들은 교수의 역량, 강의의 질, 전공 관련 상담과 조언의 수준 그리고 캠퍼스 안에서의 다양한 사회 활동 등에 있어서 매우 불만족스러워 했다. 항목별로 교수의 역량은 2.92점으로 평균 3.39점 대비 크게 낮았으며 강의의 질은 3.16점(평균 3.31점), 전공에 대한 상담과 조언의 수준은 2.54점(평균 2.86점)으로 평가됐다. 캠퍼스에서의 생활만족도는 2.62점(평균 2.89점)에 머물렀으며 사회 활동이나 사교감각은 2.53점(평균 2.80점)으로 역시 평균에 못 미쳤다.
하버드대 내에서도 전공별로 만족도가 상이해 정원규모가 큰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인문학이나 철학 전공 학생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또 사회성을 기를만한 모임을 가질 장소가 부족하고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데 제한을 두는 갖가지 규칙들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수와 학생간 대화와 타협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해 서로 등을 돌리는 문화는 좀처럼 변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윌리암 커비 하버드 인문과학대 학장은 최근 전임 종신 교수 대비 학생 비율이 하버드대 경우 11대 1 수준에 그치고 있어 프린스턴대의 8대 1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버드대에서 학부교육을 책임졌던 전 학부교학처장 로렌스 뷔엘 영문학 교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저조한 데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며 “연구성과나 교수의 질 등이 최고 수준이라면 교육의 질적 수준이 최고 수준이 아닐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등교육재정 컨소시엄은 이번 조사결과 세부적으로 하위권에 머문 대학들의 이름과 점수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들 대학으로서는 인지도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도 이번 조사결과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이같은 저조한 학생 만족도 문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모호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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