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소리’가 없으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불편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소리는 우리 삶과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마치 산소 같다고 해야 할까요. 소리의 이런 매력이 지금의 저를 소리 전문가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사진>은 소리가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거듭 강조한다. 소리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소리부터 자연의 소리, 유관순 열사 목소리 재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변인 목소리 분석까지 소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로 화제가 된 인물. 그렇다면 소리 연구 30년의 베테랑 배 교수는 언제부터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유년시절에 외삼촌이 선물한 광석 라디오 덕분에 처음으로 소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떻게 이 작은 기계 속에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소리가 나올까하고 신기해했죠. 어느 날은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전봇대에 올라 라디오를 연결하려다 감전돼 기절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소리공학분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배 교수는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를 분석과 규명을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대표적으로 노래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음벽이나 아파트 층간 소음을 줄이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소리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 교수는 지난 2004년에 실시한 에밀레종(국보29호, 선덕대왕신종) 소리 연구라고 밝혔다. 그 당시에는 에밀레종 소리의 이유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배 교수의 연구로 에밀레종이 울려 퍼지는 원리가 처음 규명됐다고.

“소리와 관련된 많은 연구 중에서 에밀레종 소리 연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을 가장 잘 표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에밀레종을 치면 모든 소리가 아래로 모여 3초 주기로 울리는데 이를 ‘맥놀리 효과’라고 합니다. 3초 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마치 한국인의 잔정(情)을 나타낸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에밀레종 소리가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입니다.”

소리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배 교수만의 방법도 공개했다. 소리 전문가답게 소리로 쌓인 스트레스는 소리로 해결한다는 것. 배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는 소리가 최고”라며 “내가 개발한 ‘자연의 소리’와 ‘공부 잘 되는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며 그는 쑥스럽게 웃는다.

배 교수는 지난 9월, 숭실대에 ‘사운드 테마 파크’를 조성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돌아봤지만 살아있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그는 사운드 테마 파크로 ‘살아있는 소리 박물관’을 기획했다. 숭실대 오솔길에서 체험 가능한 사운드 테마 파크는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산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캠퍼스로 꾸며 학내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에디슨 박사를 꿈꾸는 배 교수는 정년퇴임 이후에도 지금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힘주어 말했다. 또 소리를 통한 후학 양성에도 열정을 쏟아 붇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제가 기획한 소리 체험관에서 소리공학분야 후학 양성을 통해 지식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또한 소리건강센터를 설립해서 소리로 사람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소리는 우리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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