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생각]용산 참사 유자녀에 무료과외 변지민씨
“더불어 사는 세상, 봉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
-어려운 이웃에 도움 줄 수 있어 ‘행복’
-화공·신방 이중전공 … ‘과학 기자’ 꿈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의 일원으로서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도 봉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재학생 변지민(화학공학과·2)씨는 봉사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 씨는 지난 8월부터 용산 참사자 유자녀 두 명에게 무료로 과외를 해주고 있다. 변 씨가 처음 무료 과외 봉사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는 이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어서였다.
“이모가 어릴 때부터 참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모와 이종사촌이 용산 참사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거든요. 그러던 중 유자녀들에게 무료 과외를 해주던 이종사촌이 홍콩으로 유학을 갔고 이모로부터 대신해 줄 수 있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지금껏 이모로부터 받은 배려와 사랑을 타인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변 씨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각각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으로 한창 학습·인성에 대한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변 씨는 “다소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라고 있음에도 아이들이 무척 밝고 착하다. 또 공부에도 정말 열심”이라며 “부족하지만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지식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변 씨는 “그렇지만 학업과 무료 과외를 병행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군 제대 후 이번 학기에 복학했고 화학공학과 신문방송학을 동시에 전공하고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데도 하루가 모자라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변 씨는 “힘든 점들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더 소중한 깨달음을 얻고 있다”며 기뻐했다. 변 씨는 “용산 참사자들은 정부로부터 의도적으로 배재되고 소외당한 사회적 약자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무료 과외를 하며 용산 참사자들을 가까이서 만나보니 내 가족·친구들과 다름없는 착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그리고 그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 것이 무료 과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변 씨는 대학 졸업 후 ‘과학 기자’로 평생을 살고 싶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에게 과학에 관한 글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변 씨가 어렵지만 화학공학과 신문방송학을 동시에 전공하는 것도 자신의 귀한 꿈 때문이다. 변 씨는 “과학, 그리고 글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씩씩하게 웃었다.
“한 사람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물론 직접 말로 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에 관한 글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인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공부하고 보다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하겠지요. 대학 공부에도 세상 공부에도 할 수 있는 한 정말이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글=민현희 기자 mhhph@unn.net/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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