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은 약대 입지조건이 가장 뛰어난 지역이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일산캠퍼스가 약대를 신설하기 위한 최상의 적지라고 강조했다. 인구가 300만 명에 달하는 경기북부지역에 약대가 하나도 없고, 2005년 동국대가 일산에 설립한 의대 부속병원과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약대를 설립, 의대와 한의대, 바이오시스템대학이 연계될 수 있는 의생명과학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총장은 학과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동국대 학과구조개혁은 학과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 미래 수요에 대비케 하려는 것”라며 “대학에선 사회적 수요에 맞는 연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과폐지 등 구조조정 목적이 아니라 학과평가로 개혁과 혁신을 요구하는 게 구조개혁의 핵심이란 설명이다.

사립대 관련 정책에 대해선 ‘규제위주의 행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총장은 “교과부의 교육정책을 대행하는 사립대가 민간기업보다 더한 규제를 받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며 “대학이 시장에서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총장 취임한 해에 터진 ‘신정아 사건’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우리 얘길 들어주지 않던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로스쿨 탈락에 대해선 “신정아 사건으로 인해 정성평가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여건이나 역량 안돼 탈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꼭 추가 인가를 받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역설했다.

- 2007년 2월 취임 후 재임 3년째를 맞았다.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정부부처와 공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을 갖고 대학에 왔다. 와서 보니 대학에는 경영이란 개념이 없더라. 의사 결정된 이후에도 실행이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취임 후 동국대에 대학사회엔 존재하지 않던 ‘경영’을 접목해 봤다. 성과중심의 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중심 경영’을 도입했다. 지금은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때문에 다른 대학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결정이 내려지면 바로 실행될 수 있는 틀이 갖춰졌다. 속도와 효율면에서 빠른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 30년 넘게 공직에 계셨다. 그때와 대학 총장인 지금을 비교한다면.

“대학총장이 10배 이상 어렵다. 공기업 CEO나 정부부처 장관으로 있을 때는 리더와 구성원 간 생각차이가 있어도 비교적 극복하기가 쉬웠다. 한 자리에 모여 생각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면 생각 차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은 교수·직원·학생 세 집단이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특히 교수들은 한 자리에서 뭔가를 설명하려 해도, 잘 모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집단이 공존하는 가운데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가야 하는 점이 힘들다.”

- 동국대 캠퍼스는 고질적인 공간부족문제가 난제로 지적되는데.

“서울캠퍼스 규모가 4만3000평에 불과하다. 현재 일산의 7만6000평 부지를 의생명과학캠퍼스로 조성하고 있다. 일산캠퍼스가 완공되면 서울캠퍼스 일부 기능이 이전하게 된다. 또 서울캠퍼스는 지하공간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신공학관과 기숙사 지하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운동장 지하와 혜화문 쪽 지하가 개발되면 지하에도 4만평 규모의 부지가 생긴다. 지금 면적의 2배가 되는 것이다. 동국대 캠퍼스는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시민교육공간으로의 활용도가 높다. 캠퍼스 지하개발공사가 완료되면 연구공간도 늘어나게 돼 연구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일산에서 약학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경기북부 지역은 인구가 300만평에 달하지만 약대가 하나도 없다. 약사에 대한 지역적인 수요가 높기 때문에 약대 신설의 최적지다. 현재 조성중인 일산 의생명과학캠퍼스에는 바이오시스템대학을 비롯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강의공간이 들어선다. 산학협력관에는 임상시험센터와 BT창업보육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곳엔 약 80여개 바이오 관련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고양 메디컬클러스터’로 조성된다. 메디컬클러스터와 연계된 의생명과학캠퍼스를 지향하는 일산캠퍼스에는 현재 1000병상 규모의 의대 부속병원과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이 있다. 바이오시스템대학까지 이전하면 교육현장에서 보건의료 전문인력간 협업시스템이 구축된다. 양방과 한방병원이 갖춰져 있고, 바이오의학 관련 벤처기업이 입주하기 때문에 약학과 의학, BT분야의 융합연구가 가능해 진다.”

- 취임 이후 학과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오 총장께서 내세우는 ‘수요자 중심 교육’과 어떻게 부합되나.

“대학에선 사회적 수요에 맞는 연구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향후 5~10년 후 사회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어떤 학문적 수요가 있는지에 따라 대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한번 만들어진 학과는 영원이 존속하려는 속성이 있다. 고객 중심에서 고객이란 학생도 있지만, 사회도 있다. 대학이 인재를 생산해 사회에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사회가 고객이다. 대학이 사회수요에 맞게 개편돼야 하는 이유다. 학과구조개혁은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 보다는 각 학과의 자발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교육내용에서부터 학과명까지 사회적 수요에 맞게 개선해 달라는 요구다. 현재 정원관리시스템을 통해 잘하는 학과의 정원은 늘려주고, 못하는 학과는 감축하고 있다. 입학성적·재학률·취업률 등 5개 평가지표에 따라 학과평가를 진행, 하위 15%가 감원대상이 된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하는 학과는 정원감축을 유예시켜 주고 있다. 기계공학과와 수학과를 비롯해 16개 학과가 커리큘럼 개혁 등을 통해 감축이 유예됐다. 이들 학과가 속한 단과대학에는 자체발전계획 지원 용도로 3년간 최대 3억원이 지원된다. 상시정원관리시스템의 근본적 기능은 학과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 미래수요에 대비케 하려는 것이다."

- 강의평가를 최초로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인기영합주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강의평가결과 공개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교수들도 자신의 강의가 학생들에 의해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아야 자신의 강의를 개선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엄청난 저항과 반발에 직면했지만 지금은 정착됐다. 일부에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인기영합주의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학생들의 평가는 정확하다. 인기를 얻기 위해 수업을 빨리 끝내거나 하면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는다. 강의평가가 정착되고 나서 수업이 많이 충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충 시간 때우고 끝나던 학기 첫시간 수업시간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결강이 생겼을 때는 바로 보강수업이 이뤄진다.”

- 취임 첫 해 ‘신정아 사건’ 터져 곤혹을 치렀다. 이어서 닥친 로스쿨 탈락도 동국대에는 타격이었을 텐데.

“신정아 사건은 제가 취임 직후 이끈 변화에 대해 언론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던 시기에 터졌다. 당시는 그 누구도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던 힘든 시기였다. 결국은 사필귀정으로 예일대가 잘못을 인정했다. 동국대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게 판명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로스쿨에서 탈락되는 피해를 입었다. 동국대는 로스쿨 정량평가에선 서울권 6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했다. 신정아 사건으로 동국대를 부도덕한 대학으로 보면서 정성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이다. ‘동국대 로스쿨 인가거부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 판결에선 ‘동국대가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다만 공익적 판단에서 되돌릴 수 없다고 해 결과적으로 패소한 것이다. 로스쿨은 우리가 조건이나 역량이 안돼서 탈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꼭 추가 인가를 받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

- 동국대는 전통적으로 인문학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동국대가 추진하는 이른바 ‘ABC’특성화와 연계, 어떻게 이를 발전시킬 것인가.

“인문학을 포함해 경찰행정, 연극영화학과, 영상분야가 지금까지 동국대가 강점을 가져온 분야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ABC’로 대변되는 생명공학(BT)·나노정보통신(NIT)·컬처테크놀로지(CT)·아시아학(Asia) 분야다. 이런 분야를 기존의 강점분야와 연계, 발전시킬 것이다. 미래사회의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선도해 나간다면 어떤 학과도 정체되지 않으리라 본다.”

- 사립대에 대한 고등교육정책 중에 변화를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대를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과부가 끌고가야 하는 교육정책을 사립대가 대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대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민간보다 더 한 규제를 받고 있다. 대학이 스스로 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단 이사회에서 교수 채용이 의결돼도, 최종적으로 교과부에 가야 교원자격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도 임원을 뽑을 때 정부승인을 받지 않지 않는다. 교과부의 교육정책을 대행하는 사립대가 민간기업보다 더한 규제를 받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하듯, 대학도 시장에서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토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 일정한 틀을 만들어 삐쳐 나오는 대학만 규제하면 될 것이다.”




◆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1948년 충남 보령 출생. 1973년 고려대 경영학과와 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72년 행정고시(12회)를 통해 국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81년부터 2001년까지 상공부 통산산업부산업자원부에서 통상관료로 일했다. 99년에는 산업자원부 차관을,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을 거치며 '혁신 전도사'로 명성을 쌓았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한 뒤 2007년 2월 동국대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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