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명 표기 대학에 사용료 요구...대학들 ‘불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근 지하철 인근 대학에 ‘부(副)역명’ 표기를 대가로 사용료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명 사용에 따른 홍보효과 때문에 3300만원~5000만원에 해당하는 사용료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비용문제 등으로 이를 포기하는 대학이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최근 1호선 전철역 인근 18개 대학을 대상으로 부역명 사용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2005년 철도청이 공사화하면서 2006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수익사업에 따른 것이다. 철도공사는 2006년부터 부역명 사용 대학들에 대해 사용료를 받기로 하고, 기존 사용 대학에 대해서는 이를 3년간 유예시켰었다.

해당 대학(역명)은 가톨릭대(역곡)·경희대(회기)·광운대(성북)·인하대(주안)·한국예술종합학교(신이문)·한신대(병점)·국제대학(서정리)·남서울대(성환)·성결대(명학)·한세대(군포)·한국철도대학(의왕)·동양공업전문대학(구일)·성공회대(온수)·서울신학대(소사)·부천대학(부천)·인덕대학(월계)·신흥대학(망월사)·한국산업기술대(정왕) 등이다.

이들 대학 중 남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한신대 등은 2006년부터 사용료를 내 왔다. 철도공사의 공개입찰에 참여, 부역명을 유료로 사용해 온 것. 철도공사는 이 대학들에겐 올해 9월 1일자로 계약을 갱신하자고 요청, 대학들로부터 3000만원 이상의 사용료를 받아냈다.

그러나 광운대·경희대·인하대·성공회대 등은 그동안 무상으로 사용해온 부역명을 대가로 수천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부역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철도공사로부터 4290만원의 사용료를 요구받은 경희대는 부역명 사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조병춘 기획처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대학에 수천만원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철도가 공공재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열차 운행횟수, 승객인원 등을 고려해 대학별 사용료를 산출했다. 적게는 33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에 달한다. 공사측은 사용료를 내지 않는 대학에 대해선, 해당 대학의 교명으로 된 부역명을 없앨 예정이다. 또 전동차 안에서 해당 대학을 안내하는 방송도 더 이상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하대도 내부 논의 끝에 철도공사가 요구한 4267만원의 사용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 허우범 홍보팀장은 “철도공사가 현재 시행중인 전동차 내 인하대 안내방송과 플랫폼 입간판의 부역명 표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사용료를 요구했다”며 “주안역 외벽의 부역명 표기 등은 대학 자체 부담으로 하라고 해 비용을 산출해 본 결과 1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해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인하대는 인문·사회계를 제외하고는 모두 송도캠퍼스 이전을 앞두고 있어 비용대비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광운대도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사용료 요구에 고심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사용해온 성북역(광운대역)에 대한 사용료 3600만원을 청구 받았기 때문이다. 최재완 홍보과장은 “현재 관련 예산이 편성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9월1일부로 계약을 맺자는 철도공사의 요구를 11월말까지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며 “10년 이상 무상 사용해 왔는데 일방적으로 비용을 요구한 철도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지만, 대학으로선 역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역명이 아닌 역명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들은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 건국대·한양대 한국외대·성균관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들은 대학명을 아예 역명으로 획득해 무상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역명도 아닌 부역명 사용으로 돈을 내야 하는 대학들은 불만이다. 조병춘 경희대 기획처장은 “역명도 아닌 부역명을 사용하는 것도 억울한데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대학명을 아예 역명으로 사용하는 대학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일정부분 대학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년 전에 이미 유료화를 공고했고, 대학들의 홍보효과도 큰 만큼 사용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광역영업팀 관계자는 “3년 전 해당 대학에 공문으로 유료화가 시행된다고 알렸고, 올해 8월31일까지는 이를 유예해 줬다”며 “부역명 표기 외에도 전동차 내의 안내방송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홍보효과가 높다”고 밝혔다. 안내방송과 부역명 표기로 홍보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또 2006년부터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대학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유료화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수익사업에 치우친 나머지 시민편의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해당 역 근처의 대학을 안내방송과 부역명을 통해 알려주는 것은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라며 “철도공사가 역명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공개입찰을 통해 부역명을 획득한 뒤, 사용료를 내온 대학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용료를 내고 있다. 한신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학 이름이 부역명으로 표기되면 홍보효과는 있다”며 “그러나 대학명이 들어감으로써 철도 사용자가 많아지는 이점도 있는데 수천만원의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불만”이라고 밝혔다.

철도공사측은 누적적자가 1조원에 달하는 등 어려운 경영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경영적으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 당장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면 민영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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