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글로벌화 위한 ‘필수’ 요소

*표 있습니다. 표는 정보공유방에 올려 놓겠습니다.


최근 국내 대학들의 외국인 교수 임용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대, 대학의 대내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교수의 국적·문화 다양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숫자·홍보 등 당장의 효과에만 치중한다면 대학 발전에 오히려 해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국인 교수 ‘급증’ … 글로벌화 필수 요소 = 세계 대학과 경쟁·교류해야하는 현 시대 우리 대학들에게 외국인 교수 임용은 숙명이자 필연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대학 내 외국인 교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2학기 21명이던 외국인 교수가 이번 학기 62명으로 1년 새 3배가량 늘었다. 또 한국외대는 이번 학기 외국인 교수가 지난해 2학기보다 56명 늘어 전체 교수의 31.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역시 외국인 교수가 지난해 2학기 28명에서 올해 1학기 67명으로 한 학기 만에 2배이상 급증했다. 이 외에도 고려대·경희대·동국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대다수 대학 내 외국인 교수가 수치는 물론, 비율에 있어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표 참조>
외국인 교수 증가를 각 대학들은 ‘필수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교수의 증가는 우리 대학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핵심 요소”라며 “외국인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지식·외국어·문화를 동시에 가르치고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력·마인드를 겸비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외국인 교수가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또 박승철 성균관대 교무처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 총 생산 중 90%이상이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창출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원활히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외국인 교수를 통해 학생은 영어로 전문 지식을 배우고 표현할 수 있게 돼 졸업 후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에 더해 외국인 교수와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얻게 되는 글로벌 마인드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숫자·홍보 등 ‘젯밥’ 관심두면 역효과 = 그러나 외국인 교수 임용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숫자 늘리기·홍보 효과 증대 등 표면적인 부분에만 지나치게 치중했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건국대가 지난해 2월 ‘사상 최연소 교수’라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임용했던 알리아 사버(20) 신기술융합학과 교수가 올해 초 미국으로 돌아간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건국대는 “사버 교수와의 계약이 올해 2월 만료됐다”며 “당시 사버 교수가 가족 건강 문제로 모국에 돌아가야 해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의사를 전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내에서는 대학 측이 사버 교수로 인한 홍보 효과에 치중,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생긴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족 건강은 핑계일 뿐 실상은 교수라는 직책이 버거워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건국대 공대 한 교수는 “사버 교수 임용 시 대학이 ‘역사상 최연소 교수’라는 타이틀에 너무 많은 관심을 뒀던 것 같다. 대학 홍보도 중요하지만 먼저 교수로서의 역량을 꼼꼼히 따졌어야 했다”며 “사버 교수는 아직 어리고 교육자로서의 능력도 부족한 상태였다. 수업을 진행하며 사버 교수 스스로도 무척 괴롭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 팽창에 치중하지 말아야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최근 각종 대학 평가에서 외국인 교수 수가 중요한 항목으로 다뤄지고 있다. 대학 입장에선 외국인 교수의 많고 적음에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외국인 교수 임용 시 대학들은 수치·홍보 등 표면적인 부분에 휘둘리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육·연구의 질적 제고라는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역량 검증·제고 철저하게!” = 외국인 교수 임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외국인 교수의 역량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고 교수법 개선·적응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외국인 교수 선발 시 대학들은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평가·면접을 진행한다. 출신교·연구실적·경력에 대한 철저한 분석·검증은 기본이며 강의능력·인성까지 두루 살핀다. 또 지원자와 함께 공부하고 일했던 현지 동료들의 평가도 참조한다.
김인철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외국인 교수 임용을 위한 심사 요건이 계속해서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교육자·연구자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 사람을 선발하려면 수차례의 검증과 평가가 필수”라고 밝혔다.
외국인 교수들의 교수법 개선, 적응을 위한 각종 지원도 엄청나다.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교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또 외국인 교수들 간의 모임을 만들어줘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에 더해 성균관대 등은 외국인 교수들을 위해 한글만 입력 가능했던 기존 대학 전산 입력시스템을 한글·영어로 이중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돕고자 외국인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박승철 처장은 “앞으로 국내 대학 내 외국인 교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인 교수의 원활한 임용과 정착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의식·제도·시스템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