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위안에 들겠다고 다들 난리가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1등보다 특별한 대학이고 그런 대학이 되도록 노력할 꺼에요.”

 

지난 봄 세 번째 총장 임기를 시작한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을 본지 이인원 회장이 최근 만났다. 이 총장은 인터뷰에서 ‘서울여대만의’, ‘서울여대 다운 대학’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울여대에 붙는 수식어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내실 있고 탄탄한 대학이라는 의미다. 이 총장은 여기에 더해 ‘유니크(Unique)’한 대학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48년 전 고3 학생이던 이광자 총장도 일등보다는 특별함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세운 특별한 학교에 끌렸다고 했다. 서울여대 1회 졸업생(사회학과 61학번)인 이 총장은 당시 서울여대 초대학장인 故 고황경 박사를 이렇게 떠올렸다.
 


“연분홍색 치마저고리를 곱게 입으셨고, 아주 미인이셨어요. 말씀도 참 잘하셨죠. 그때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체 교육을 한다고 하셨죠. 24시간 교육하고 잠자는 것도 교육이라고 하셨어요. 지금 얘기하면 대안학교인 셈인데, 그 때로선 매우 앞선 교육이었어요. 일반 대학교육과 더불어 농촌봉사활동도 하고, 수영, 승마를 배우고 매일 저녁 2시간씩 영어Lab 수업을 했거든요. 정말 굉장한 매력이 있는 교육이었죠.”
 


마침 올해는 바롬 고황경 박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내후년인 2011년은 서울여자대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 총장은 재학 시절 학생 전원이 4년간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공동체 교육’에 서울여대 교육의 뿌리가 있다고 믿고, 개교 50주년을 맞이해 바롬교육의 미래지향적 의미를 되살려 인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완전한 학부 중심’ 대학을 꿈꾸고 있다.
 


“현재는 학생 수가 늘어 입학 후 합숙교육을 5주 밖에 못하지만, 앞으로 방학 중 6주 동안 기숙사에서 영어 집중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을 졸업 필수요건으로 정하고 신입생 전원을 1년간 기숙사 생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거에요.”
 


이에 더하여, 이총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문제에 대해서도 선도적 교육관을 제시했다. 지난 달 28일 개최한 ‘에코캠퍼스 STOP CO2 선포식’도 서울여대다움을 드러낸 것이다.

기후변화시대에 선도적 대학 위상을 세운다는 취지로 에너지절감 사업을 비롯해 캠퍼스 생태계 개선사업과 저탄소녹생성장 관련 강의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개설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21세기형 여성 리더 양성에 나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 일답.
 


- 총장께서는 벌써 3번째 임기를 시작하셨는데요. 지난 8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상이 학생들과 교수 집단이라 지난 8년간 참 어려웠어요. 단호하게 얘기드릴 수 없었죠. 공자님의 표현을 빌면, 중용을 지켰다고 해야할까요. 이번 임기에는 구체적인 비젼을 마련했어요. 그동안 못다한 일을 하고 싶어요. 2011년 창학 50주년이라 7대 세부전략 40대 실천과제 내세웠어요. 지난 8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호하고 스피디하게 할거에요. 어디나 반대 집단이 있잖아요. 반대하고 불만을 얘기한다고 할지라도 학교발전이라면 밀고나갈 의지가 돼있습니다.”

 

- 7대 세부 전략과 40대 실천과제를 내세우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우선 학생과 교수 만족도를 높이고, 행정 경쟁력 강화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취업률, 교수들은 전공 경쟁력을 길러야해요. 올봄에 전공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공특성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 사업에 총 16개 전공이 신청하여서 5개 영역이 선정되었어요. 앞으로 3년간 이 전공들은 매년 평균 2억씩 지원받게 되지요.  이 사업이 끝나는 3년 후에 이들 전공들은 분명 서울여대를 선도하는 대표 전공영역으로 성장할 겁니다.

- 그동안 서울여대는 ‘작지만 강한대학’을 강조하셨습니다.
“양적으로도 작은대학은 아니에요. 상대적으로 작은거죠. 질적으로는 강하고 크고 단단하게 돼야겠지요. 고 고황경 선생님은 학교 세우실때 3천명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셨어요. 미국 웨슬리대, 브린모어대, 스미스여대를 벤치마킹하신거에요. 학교가 발전하려면 첫째 돈이 있어야하고, 둘째는 아이디어에요. 고황경 선생님은 아이디어리스트였지만, 재정지원이 따라야했죠. 3천명으론 도저히 운영이 안되는거죠. 최소 5천명이어야 한다고 봐요. 현재 대학원까지 포함해서 8300명인데, 사실 참 여성교육을 질적으로 아주 강화하고 여성인재 키우려면 5천명이면 좋다고 생각해요. 누가 재벌이나 대기업이 1년에 300~400억 대주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나 이상인지도 모르죠.”


- 대학 졸업자를 보면 테크니션만을 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아요.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의미인데, 서울여대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1학년 3주, 2학년때는 1학기동안 ‘바롬교육’을 받아요. 3학년때는 2주간 교육이 또 있죠.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에요. 나는 누구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무얼 배워야하는가 스스로 확인하는 거죠. 특히 1학년때는 불안정하잖아요. 모든 대학이 마찬가지겠지만, 대학에 기대를 많이 하고 왔다가 실망하기도 하죠. 교육 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져요. 3주가 짧지만 학생들이 많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 대학마다 너도나도 지도자 양성한다는 말이 많아요. 사회생활은 다 지도자면 (사회가) 깨지거든요. 개성도 중요하지만, 사회통합 측면에서 지도자교육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팔로우십(Followship) 교육이 중요하다고 봐요. 남을 따라가는거, 남을 존경하는 게 성숙한 지도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얘기하면 일부에서는 따라가기만 할꺼냐고 하기도 하죠. 그러나 팔로우십이 진정한 봉사거든요. 남을 따라가면서 사회 규범에 순종하면서 점차 변화하고 성숙시키는거죠. 이게 모범이 되고, 그게 참된 지도자 교육이지 않을까 해요. 기업이나 학교나 다 규범과 질서가 있는거에요. 그걸 잘 지키면서 구성원 통합과 조율을 통해 합의해서 이끌어가야지 성숙한 조직이 되지, 다 리더가 되면 이건 무질서가 되서, 사회학 용어로 말해서 아노미 현상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마다 졸업 후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서울여대는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요.
“33개과 중에서 응용과학 분야가 많아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해요.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기업이 들어와서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해요. 현장에 있는 분들을 겸임 교수로 많이 시키고자 해요. 학교와 기업 현장이 조화시켜야 해요. 교수들 만나보면 결국은 전공 영역에 따라 커리큘럼을 현실적으로 바꾸는거에요. 이런게 취업률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요.”


- 새정부 들어서 대학 자율화 얘길 많이합니다. 입학사정관제도도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없을까요.
“최소한 3년은 두고 봐야해요. 잘못하면 다른 데로 빠질 수가 있거든요. 순수하게 입학사정관 잘 써서, 그 사람의 인성을 보고 하면 굉장히 건강한 프로그램이에요.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는 제도에요. 우리학교의 경우 교육및사회봉사 2005년 1위를 했어요. 교직원과 학생이 모두 봉사에 참여하죠. 이는 고황경 선생님이 학장시절부터 하던 거에요. 국내 대학 중 처음이에요. 미국의 경우 봉사 많이 하는 사람을 뽑고, 특정 영역에서 특출한 학생 뽑잖아요. 또 추천 문화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교육자나 지역사회에서 신망있는 분이 추천하면 수능성적이 낮아도 입학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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