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역량을 학생에게 투자하고 그것을 통해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대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홍덕률 대구대 신임총장의 소박한(?) 포부다. 홍 총장은 “지금까지 많은 대학들의 역량이 학생들에게 집중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학생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총장은 지난 1988년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해오면서 대구에서 ‘양심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5일 대구대 10대 총장으로 취임한 홍 총장을 만나 대학 발전계획을 들어봤다.

- 지난 9월 학내 선거를 통해 당선됐는데 대학구성원들이 왜 홍 총장을 지지했다고 보나.

“대학 구성원들은 미래에 닥쳐올 위기 극복을 위해 대구대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구성원은 함께 받아들이고 동참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원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다져온 신뢰와 진정성이 큰 자산이 됐다.”

- 소통과 화합, 분권과 자율, 신뢰와 상생 등 3가지 경영원칙을 제시했는데 ‘대구대가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조직이나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대는 90년대 초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어렵더라도 소통과 대화, 설득과 통합을 통해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정례화 하는 등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교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연구실과 실험실 그리고 행정실을 수시로 찾아가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그 답을 찾아 해결하겠다. 또 학생들이 자주 가는 호프집을 찾아 현장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내년 2월 단행 예정인 직제개편을 통해 부총장에게 대학 내의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권한과 역할을 대폭 위임하겠다. 총장은 대외적으로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국책사업을 유치하는데 집중하고 대내적으로는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듣고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실제로 대학사회는 수직적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성격이 강하다. 대학조직을 융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나.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가진 생각을 종합해보면 많은 갈등 요인들은 자기 관념 속에 갇혀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혼자 결론을 내린다는 데부터 시작한다. 앞으로 총장 자신부터 이런 관념들을 벗고 솔선수범하겠다. 문제가 현장에 있으면 답도 현장에 있다.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아우성, 불만을 직접 듣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발로 뛰어 다니겠다.”

- 그동안 대학 보직을 두루 거쳤는데 대학발전을 위해 새로 추진할 정책은.

“학생이 찾아오는 대학, 학생 중심의 대학, 학생을 위한 대학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교과과정 개편은 물론 정규 교과 외 교육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특강·인턴십·실험·실습·공연·전시회 등 다양한 대학문화를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제안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여 지원할 예정이며, 다양한 취업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필요하다면 서울이든 대학 인근 산업단지든 직접 찾아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인성 등을 직접 파악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국책 사업 유치를 위해 TFT를 구성해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대구대는 사회복지분야 특성화를 기초로 최근에는 BT와 재활 의학분야 특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수교육·재활과학·사회복지 분야가 우리대학의 특성화 분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성화 분야에 걸맞은 대학차원의 지원은 부족했던 것 같다. 모든 학과가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전략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차별화된 몇 개 특성화학과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모든 학과, 대학 전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성화 분야와 대학의 여러 학과들이 학문간 융합을 통해 서로 발전하는, 그리고 통습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홍덕률 총장(왼쪽)과 대담하고 있는 본지 이인원 회장>

-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는데 이와 관련해 특별히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


“타 지역보다 의과대학이 많아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수 있었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은 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인접 대학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대구시에 있는 대명동 캠퍼스를 재활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와 ‘천단실버·재활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선거에서 재단 정상화가 화두였다. 총장이 생각하는 재단정상화의 기본 방향과 계획은.

“현재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정이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총장으로서 구성원의 의견을 잘 수렴해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재단 정상화 관련 사항은 위원회에 일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지방 사립대의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우수한 학생유치를 위한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 전략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들이 4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대학, 학생들이 행복한 대학을 만든다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현재 사회나 산업현장에서 말하는 21세기 인재상이 우리대학의 건학정신인 “사랑·빛·자유”와 정확히 부합하는 것 같다. 건학정신인 ‘사랑’은 인성을, ‘빛’은 전문지식, 자질, 소양 등을 그리고 ‘자유’는 도전의식, 창의성, 실험정신 등을 의미한다. 이게 바로 ‘트라이앵글형 대구대 인재상’이라고 할 수 있다. 4년간 괄목한 성장이 가능한 그래서 행복한 또 그래서 찾아오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총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 대학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현재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라면.

“우선 정책 당국이 대학을 신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상당부분 불신에 기초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선의 교육자와 대학은 교육 당국을 포함한 교육 소비자들로부터 과연 신뢰를 받아왔느냐고 되물으면 상당히 곤혹스런 부분이 있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라면.

“너무 짧은 시기에 산업화에서 민주화, 또 정보화, 세계화로 가면서 거기에 따른 상당한 비용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역사적 전환을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큰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지역·빈부·세대 갈등 등 내부적 숙제를 안고 있고 상당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나 특정집단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온 국민의 국가적 과제라고 본다.”

<홍덕률 총장은>

홍덕률(52) 총장은 1980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3년에는 교내 민주화 운동에 동참, 구(舊) 재단 측과 대립, 해직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임시이사 파견 후 복직해 교수협의회 부의장, 홍보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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