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수들, “구조조정 방침 철회하라”

학부구조조정을 둘러싼 학생∙교수들과 대학 측의 대립양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남대는 학교 측의 구조조정방침에 대해 농업생명대 교수들이 농성중에 있으며 청와대, 국회 등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6일 BT(생명공학) 분야 육성정책으로 본부직할 생명과학기술부를 신설해 농업생명과학대, 공과대, 자연과학대에 각각 설치돼 있는 생명공학전공과정을 통합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농생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BT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이 학사모집개편과정에 있어 단 한 번도 농생대 학장은 물론 교수들과 합의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수차례 협의 절차를 가질 것을 학교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해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한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반면 국민호 교육연구처 부처장은 “BT육성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추진했던 정책사업으로 일부 반대에 영향받을 수 없다”고 말해, 구조조정 방안을 계획대로 실행할 뜻을 밝혔다. 국 부처장은 인문과학부와 사회과학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학부제 실시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2학년 이후 해당 학과에 잘 적응을 못하고 학부에 그대로 남은 학생은 지도교수 없이 방치되는 상태”라며 “학부제가 우수학생을 모집하자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인 면이 많아 폐지키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반발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역사∙철학부 폐지 결정을 한 경원대의 경우, 해당 학부 학생들이 지난 5일부터 총장실 및 행정실 점거농성에 들어가고 학부모들이 학교회의에 참석해 폐지결정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생 2천명의 폐지반대서명을 받은 것은 물론, 총학생회와도 연계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부학생회장 이봉근 군은 “2000년부터 전공분리를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이를 무시하고 학부폐지를 결정했다”며 “학교 능력상 전공분리가 힘들 경우 역사학과 또는 철학과로 단일개편하도록 요구해 학부폐지를 막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부 폐지 결정은 번복 불가능하며 단일학과 계획도 이미 지난 일로 검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야간학과인 기계공학과와 전기∙컴퓨터공학과를 폐지하기로 한 울산대의 경우, 학생들과 학교 측이 계속해서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구조조정을 둘러싼 이 같은 문제와 관련, 한국대학교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정원미달로 인해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대학의 경우 학과폐지나 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이라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학 스스로가 얼마만큼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하고 학내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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