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문대, 생존 전략 모색

정원미달 사태로 생존 위기에 처한 전문대들이 본격적인 ‘살아남기’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0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전문대학 경쟁력 확보와 신입생 유치전략’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전문대의 위기와 해결방안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는 김정숙 국회의원, 정종택 한국전문대학협의회 명예회장 및 전문대 관계자 등을 포함한 2백여명이 참석해, ‘전문대 살리기’의 열기를 반영했으며 김정숙 의원은 축사에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가슴을 열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자”고 말해 이날 모인 이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첫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호동 서울예대 기획처장(디지털아트)은 “오늘날 한국대학은 생존과 경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고, 이것은 10여 년 전부터 이미 우려해온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인구감소와 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 인∙허가를 무분별하게 허용한 정부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처장은 “연도별 신입생 지원율 및 등록률이 지난 98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3년의 경우, 1백% 등록률을 보인 학교는 44개대학에 불과하고 70%미만 등록률을 보인 학교가 무려 43개대학으로 집계됐다”고 말하며 “국고보조금 및 법인 전입금이 매우 취약해 재정의 82%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전문대에 있어 신입생 감소는 곧 재정악화를 의미하며, 심지어는 몇 년 내 문을 닫게 될 지방 대학들도 상당수”라고 말해 정원미달사태가 전문대의 생존에 직결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전문대의 위기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해 김처장은 “지금의 정원미달사태는 대학들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대학간 과도한 신입생 유치경쟁을 만들어 내고 있어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특히 지방대의 경우, 학생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 학생 간 학력편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처장은 또 “졸업생 취업률이 점점 감소하고 있고 전공과 직업 일치도도 하락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따라서 전문대졸 취업자의 임금수준이 고졸 수준에 육박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적정수준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처장은 “절대인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감소하게 됨에 따라, 전문대의 위기와 문제점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구관서 평생직업국장은 먼저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매우 미흡한 것에 대해 정책담당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전문대학 최대 현안인 정원미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국장은 최우선적으로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해 방송, 예술, 관광 등과 같이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특성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구조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5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여 주요 교육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인력양성과 교육∙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서 수업연한을 자율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실습학기제를 실시, 현장밀착형 진로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며 “교수의 실용기술 연구 역량 제고 및 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을 실시하고 교수 임용 시 현장경력요건 반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국장은 이와 더불어 “효율적인 재정지원 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갖춘 대학과 지방대학에 집중지원 할 계획”이라 “대학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 사후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문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전략도 소개됐다. 발표를 맡은 백동훈 에이메일 사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전문대의 현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며 “지금 위기는 마치 배가 침몰하는 것과도 같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입생 유치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사장은 “소비자가 기업의 고객이듯 학교 재정의 82%를 충당하고 있는 수험생들은 학교의 고객이다”며 “따라서 고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맞춤형 마케팅 공략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위해 즉각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 이유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신입생 유치전략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인터넷을 역설한 백사장은 “자체적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 수험생들은 휴대폰,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사용하는 디지털 세대”라며 “대학의 고객은 인터넷에 있음으로 무엇보다도 이들의 특성을 이해한 홍보 마케팅 전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른 자료를 제시하며 “수험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입학 및 입시 정보를 얻는 경우는 65%로 조사됐는데 현재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의 비중은 38%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사장은 기업의 사례를 들어 인터넷 효과를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초창기 온라인 광고 시대에는 단지 회원확보와 홈페지 방문율 증가에만 치중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매출 증가는 없고 오히려 부실회원만 양산했다”며 “하지만 고객만족이라는 목표로 전향, 고객관리에 힘쓰면서부터 실질적인 이익증가와 더불어 실속 있는 회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 대학들은 기업의 이러한 실패와 성공 사례를 배워 지금에 처한 문제를 극복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백사장은 “입시홍보 담당자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 모두가 입체적인 연계를 형성해 수험생을 확보할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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