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때문에 서울대 안팎이 어수선하다. 학내에서는 공대와 병원, 자연대, 경영대 등이 세종캠퍼스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지만, 학부 설립 여부는 물론 세종캠퍼스 무용론도 나오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학교 밖에서는 시흥시가 울상이 됐다. 서울대 국제캠퍼스 우선협상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뒤 오는 27일 이를 구체화하는 MOU 체결 계획이 세종시 논의에 밀려 무산된 탓이다.

서울대 전직 총장이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해 취임 직후 세종시 수정안을 공론화한 뒤 서울대는 단골메뉴로 세종시 입주 대학으로 꼽혀왔다. 그때마다 서울대는 ‘논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서울대는 TF팀을 만들어 구체적으로 학내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가 세종시 캠퍼스를 본격 추진키로 한 이유는 정부의 재정지원, 즉 비즈니스 때문이다.

서울대는 앞서 세종캠퍼스 논의 자체를 부정하면서도 정치적인 비즈니스를 염두에 뒀다. 야당이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안에 발을 담구지도 못했고, 서울대에 유리한 법인화 법안을 정부안으로 채택받기 위해 정부 여당의 눈치도 봐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서울대의 세종시 입주 계획에는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와중에 착착 진행되던 시흥시 국제캠퍼스 논의까지 잠정 중단됐다. 세종시를 추진하는 정부든 세종시 캠퍼스를 모색하는 서울대든 어느 누구의 행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서울대가 캠퍼스 구상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정하지 못하고 정치권 눈치보기와 국가 재정지원 등 비즈니스 측면에만 매몰된 때문이다.

대학 캠퍼스를 새로 짓는 일은 정치인의 결정만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니다. 70~80년대 수도권 제2캠퍼스 붐이 일 당시 우리는 일부 졸속으로 지어진 제2캠퍼스에서 수업시간만 끝나면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는 ‘학원 공동화 현상’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서울대는 향후 후학들이 공부할 터전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져야하는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장 정부의 정책적인 투자 유치만 보고 대학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면 영리기업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서울대는 지금이라도 신설하려는 캠퍼스에 대한 교육철학이 담긴 원칙을 제시해야한다. 세종 캠퍼스에 대한 학내 논란도 원칙이 세워진다면 가닥을 잡기 쉬울 것이다. 특히 서울대가 이런 틈에 법인화 법안 수정안을 만들어 ‘빅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문제다. 서울대 법인화와 세종시 캠퍼스 건립 문제는 정치적으로 양보하고 타협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인화와 캠퍼스 건립 문제 모두 서울대가 국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고, 후학들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서울대다움’이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두 문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어떤 모습의 서울대다움을 드러낼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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