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팀-김형 기자>

“등록금 인상, 대출, 이런 말 말고 그냥 ‘쿨’하게 등록금 깎아줘라”

한 개그맨이 개그 소재로 삼을 만큼 요즘 등록금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번에 새로 대학교육협의회장에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도 “우리나라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싼 편”이란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등록금 동결이 주류를 이루던 대학가의 분위기는 올해 사뭇 달라졌다. 연세대를 시작으로 사립대들은 연이어 등록금 인상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 4년제 201개 대학 중 37개대, 전문대 154곳 가운데 24개교 등 총 61개교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물론 인상폭은 2~4% 정도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그리 큰 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예고하는 등 개강을 앞두고 다시 한번 대학가가 시끄러울 모양이다.

등록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다. 대학 지원 예산 삭감으로 시끄러운 영국도 등록금 대폭 인상을 고려 중이고 미국 학생들도 등록금 해결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대학 신입생 중 등록금 납부를 고민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55.4%로 지난 197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도 53.3%에 달했으며 이 수치 역시 지난 9년 내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다른 나라도 문제가 많은 걸 보면 쉽게 해결될 이슈는 아닌 듯 싶다. 등록금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있게 발표했던 ‘취업후 상환제(ICL)’도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고 있다. 하연섭 연세대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ICL의 미회수 대출금이 오는 2040년쯤 2조원에 이를 것이며 특히 30대 여성의 채무 불이행률이 월등히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자신있게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취업 후에도 돈 안 갚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등의 모습을 보면 정부도 재정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 모양이다.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대학 등록금, ‘쿨’하게 깎아주진 못해도 대학이 ‘쿨’한 자세는 보여주자.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금 인상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학생들이 감정적인 반발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이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신축, 캠퍼스 확장에만 지나치게 돈을 쓰고 정작 교육·연구의 질적인 측면에는 투자가 인색한 모습을 보여줘선 안된다. 지출을 부풀리고 수입을 줄여 예산을 편성한 다음 적립금으로 돌리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 등록금 문제가 감정적인 반발을 사지 않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모색되기 위해선 대학이 먼저 학생·학부모들의 불신과 의혹을 제거하려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