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KAIST 전산학과 교수

지난달 참석한 교수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워크숍에 참석한 많은 교수들이 이미 아이폰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첨단기기를 접할 기회도 많은 직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 대한 교수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정부가 아이폰의 성공에 고무돼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SW)진흥책을 간구하는 것 역시 환영하는 바다.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정부와 업체들의 약점들은 십여 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폰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성공신화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걱정은 소프트웨어 연구의 근본적 취약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성공한 배경에는 ‘앱스토어(App Store)’가 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형성한 점이 아이폰의 성공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운영체계(OS) △개발도구 △SW 판매시장 △애플(Apple) 제품에 대한 충성도와 이에 대한 애플사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의 선풍적 인기의 토대가 된 것은 이런 성공DNA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이 같은 성공DNA를 이룰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얼마나 있는가? SW분야의 성공DNA를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정부에 얼마나 있는가?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는 국내 대학원의 질적 수준은 어떠한가? 정부의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 기반 단순평가로 인해 한국의 SE(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분야의 질적 연구수준은 세계 수준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 과거 5년간 SE분야 최고학술지로 IEEE에서 발간하는 에 실린 정규 논문은 단 1편뿐이다.

학문의 발전과 산업적 성공은 그 궤를 같이한다. 일례로 한국의 전자공학 연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의 소비자전자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를 갖고 있다. 이는 탁월한 연구로 우수한 인력이 배출되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선순환 때문에 가능하다. 더욱이 대규모 투자와 장비에 의존적인 다른 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산업은 전문가의 창조성·실력·경험이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낸다. 그런 만큼 소프트웨어 분야의 연구능력을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과 평가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보는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제품에 들어가는 하나의 부품으로 보는 국지적 관점에선 아이폰과 같은 성공일화를 창출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를 큰 유용성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서비스 관점으로 이해하도록 산업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 전자산업의 성공은 국가적으로 많은 유익을 가져왔으나 그로 인해 차세대 소프트웨어산업이 악영향을 받는 상황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경영일선에서 과거 전자산업 성공의 틀 안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의 잠재력과 가치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대한 △투자 시기 △규모 △중요성 △개발과정에 있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사의 성공은 CEO인 스티브 잡스의 비전과 추진력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약점 역시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양성을 통해 산업체의 문화와 전략을 상향식(Bottom-up)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책임진다”는 S그룹 총수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SS급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산업체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소수의 전문가를 일시적으로 고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경영일선이 바뀌든가 아니면 다수의 전문가를 내·외부에서 흡수해야 한다. 차세대 장비에는 조 단위의 투자를 적시적소에 하지만, 차세대 인재양성에 대해서 목소리만 높고 소극적인 한국 IT산업을 보면 적지 않은 우려가 든다.

아이폰의 성공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SW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 그리고 동시에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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