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본지 논설위원·건국대 경제학과

임금피크제를 수단으로 한 정년 연장의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청년층(15~29세) 실업 문제가 겹치면서 ‘일자리 세대갈등’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방안은 단순히 고령층의 고용불안에 대한 해결책만은 아니다. 국가마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고령화 추세와 국가부채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고령층의 정년 연장은 기업의 노동력 확보와 국가의 의료비 증가 그리고 연금부담 문제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 즉, 고령화의 문제는 일자리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정년 기준은 과거 평균수명이 낮았던 시대에 정해진 것이기에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미 10%에 육박한 청년 실업 해소도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고령층의 정년 연장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킨다는, 이른바 ‘일자리 세대갈등론’이 정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민간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법에 명문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정년 연장은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갉아먹는다”며 노동부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정년 연장이 세대갈등을 내포한다고 단정하는 주장은 청년과 고령층 노동력이 대체관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 노동력은 정년을 맞이하고 있는 고령층 노동력과는 기본적으로 상이한 성격이어야 한다. 고령층 노동력 모두가 혁신 능력이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고령층 노동력은 혁신에 익숙하지 않다. 정년을 앞둔 고령층은 대체적으로 표준적인 지식의 보유자로 경쟁을 통해 해당 분야의 최고를 추구한 노동력이었다. 따라서 연륜이나 숙련이 의미가 있었다.

반면,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은 혁신 역량에 달려 있고, 혁신에 익숙한 기업의 경우 팀워크(협력)를 중요시하고 ‘차이’와 독창성을 가진 노동력을 요구한다. 기업의 가치 창출이 양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넘치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제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끊임없이 혁신적인 새 제품을 쏟아내는 미국 제조업체 3M의 성장 비결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업 문화에 있다. 따라서 일자리 세대갈등은 두 가지 가능성에서 비롯한다.

첫째, 기업이 혁신과 거리가 먼 조직일 경우 창의성이 넘치는 노동력이 필요 없고, 노동력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발휘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의 정년 연장은 청년 노동력의 고용을 축소할 것이다. 즉 정년 연장이 청년 노동력 축소로 이어지는 조직은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둘째, 청년 노동력이 고령층 노동력과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교육의 문제다. 혁신은 동기유발과 차이(독창성) 그리고 협력(팀워크) 등으로 무장된 자율형 인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현재의 학생 선발 및 교육 방식은 기본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차이를 살려 주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고령층 노동력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의 대학생(김예슬)은 분노하며 대학을 거부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면 인생이 보장된다며, 대학 가기 전까지는 대학 가기 위한 공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다.

그런데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탓해야 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면서, 불안 속에서 스펙 쌓기 경주에 질주하는 청년들 앞에 기성세대는 이제 고백해야 한다. 청년실업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과 제도의 실패의 결과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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