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정책소외' 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라디오 연설에서 “매달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 학생·학부모·선생님들이 교육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7일 제1차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었다. 첫 대책회의 주제는 입학사정관제 활성화 방안. 회의에는 청와대와 정부를 포함해 각 대학 관계자, 시도 교육감과 교육장, 교육 연구기관, 고등학교 교장, 초등학교 교장,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등 산학연의 교육현장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렇지만 명단에 전문대학 관계자는 없었다.

현재 전국 전문대학은 모두 145곳이다. 재학생 75만7453명, 전임교수 1만1937명, 직원은 7317명이나 된다(2008년 전문대교협 전문대학 교육지표). 숫자만 놓고 볼 때 전문대학이 빠져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교과부 평생직업교육국은 전문대학이 빠진 것을 두고 “회의 주제에 따라 전문대학이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정책과는 “청와대가 참석자 명단을 결정하면서 나름의 전문가 풀이라고 생각해 명단을 짠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굳이 전문대학 관계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지난해 5개 전문대학이 실시했으며, 올해 10개 대학 이상이 확대 실시할 중요 안건 중 하나다. 회의 주제 때문에 전문대학이 빠졌다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전문대학정책과의 답변도 마뜩찮다. 청와대가 구성한 전문가 집단에 전문대학이 빠졌다는 것은 전문대학에는 교육 전문가가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청와대는 전문대학을 중요한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인지,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답변이다.

전문대학 역시 문제다.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현재 전문대학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기는 어렵다. 안타깝지만 교과부를 통해 계속해서 참석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심정이야 이해한다치더라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빠졌다는 것은 정책 결정과정의 소외, 그리고 의사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번에야 어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다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전문대학 내부에서는 “덩치만 크지 힘은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들리곤 한다. 실제로도 전문대학은 고등교육 정책에서 늘 4년제 대학의 뒷전에 있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항상 불만을 토로하는 입장이 돼 버렸다. 전문대학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교육개혁대책회의에서 학교 다양화, 교원제도 혁신, 대학교육 강화 등을 주요 교육 이슈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무쪼록 다음 회의 참석자 명단에 전문대학 관계자의 이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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