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효 대구자원봉사포럼 회장(대구보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6·2 지방선거가 한 달 보름여 후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16명과 자치구·시·군의 장 228명, 교육감 16명, 시도의회의원 761명 등 모두 3991명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사상 최대 선거다. 대학가에서도 강의를 휴업하고 슬슬 정치판으로 모이는 이른바 ‘폴리페서’도 보이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배기효 사회복지과 교수는 이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정치판에 뛰어들기 전 자원봉사부터 해봐야지요. 자원봉사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교수가 어떻게 지역주민의 요구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공약을 만들겠습니까. 강의에서나 하던 이야기로 공약을 만든다면, 그거야말로 ‘헛공약’ 아니겠어요?”

정치를 시작하기 전, 공약을 만들기 전에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보라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뜻을 못 이룬 교수들도 많다. 배 교수는 “그런 교수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에 당선된다면 그건 교수의 전문성을 살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단지 정당을 업고 당선되겠다고 기를 쓰는 건 안 될 일이죠. 혹여 떨어진 경우엔 강단에 못 돌아오는 경우도 꽤 많아요. 엄청난 인력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6년째 대구자원봉사포럼을 이끌고 있는 배 교수는 지난달 ‘지방선거와 자원봉사’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배 교수는 이날 지방선거에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 정도가 각종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데, 1명의 자원봉사자가 나머지 4명의 가족에게 자원봉사의 역할과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100%의 관심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교수의 자원봉사 역시 적극 필요하다는 것.

“정치판에 나가는 것 외에도 교수가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많습니다. 우선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이 가능한지 연구·검토하고, 이에 대해 사람들에게 검증된 결과를 알리는 거죠. 그리고 공명선거가 진행되는지를 감시하는 선거 모니터링에 참여해도 좋고요.”

배 교수는 이를 가리켜 “교수의 재능을 나누는 ‘지식나눔’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의 전문지식으로 더 나은 정치를 하도록 돕는 것, 다시 말해 ‘대학의 사회참여’라는 뜻도 된다.

“굳이 거창하게 캠페인을 벌리거나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에 열었던 포럼 역시 지역주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돌리고, 정치에 대한 의식을 바꾸는 차원에서 진행을 했었죠. 교수의 경우, 사회지도층이기 때문에 교수들의 자원봉사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배 교수는 “그렇지만 반드시 중립’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치 자원봉사’의 개념은 특정 정당을 위해 일하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배 교수는 이에 대해 “정당활동은 자원봉사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즐기면서 활동을 하라”고 덧붙였다.

“자원봉사는 무보수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해야죠.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정당활동이니까요. 외국의 경우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자원봉사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공약이 나오는지 알 수가 있고, 더 좋은 공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이 있지요. ‘자원봉사는 돈 있고 시간 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민주시민의 책무이자 즐길 거리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자원봉사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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