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著 / 집문당 펴냄

우리 사회를 이야기할 때 주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독특함에 수긍하고 알만해서 고개를 끄덕일 세계적인 수준의 놀라운 교육열(높은 학력에 좋은 학벌을 얻고자 하는 열의)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겸 홍익대 겸임교수인 이정규 박사의 『한국사회의 학력학벌주의: 근원과 발달』이라는 책에서는 바로 우리 사회의 오랜 학력학벌주의의 태동과 이의 사회적 만연 요인을 파악해 사회적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교육학자적 소명이 엿보인다. 그만큼 그것이 문제인 탓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책에서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 대졸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며 출세를 위해 일류대학의 졸업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학력이 높고 학벌이 좋은 사람에 대한 도덕성, 책무성, 사회공헌도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해 학력과 학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표리를 나타내고 있다.’라는 말을 통해 학력학벌주의의 사회적 문제를 극명히 드러냈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반추를 통해 이루어지는 학력학벌주의의 근간 파헤치기는 한국사회의 오랜 전통처럼 굳어진 권력과 부의 획득수단으로서의 교육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이같은 악습이 언제 무엇으로부터 근거한 것이며 이것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며 굳어져왔는지 알려준다. 권력과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분배되는 기회가 균등하지 못했다는 점, 결국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특권층에게 기득권을 지속하고 유지 및 승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그럴 듯해 보이는 사회적 불평등 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정규 박사는 학력학벌주의에서 출세지향주의로 번진 이 사회의 병폐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 위해 교육적 측면을 비롯해 사회문화, 정치경제적 측면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몇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권력집단이나 사회 경제적 이익집단에 편만한 일종의 이데올로기 현상 또는 파워게임현상으로 비쳐지는 학벌주의가 학력주의에 이어 일반화되어 가는 오늘날의 현실. 이른바 KS(경복고-서울대)라인이 정재계를 주름잡아온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폐교 주장에까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에 대한 자각때문이다. 사회공익이 아닌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신임장과 간판의 역할을 함으로써 기득권을 강화하고 세습체제를 굳히는 학력학벌주의에 다시금 일침을 놓지 않을 수 없는 때 이 책은 그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