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중심의 사법계보에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의 전반적인 사법시험 합격 추세는 서울대 출신 중심에서 지방대와 사립대로 분산돼 편중현상이 다소간 완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시행된 제44회 사법시험 결과, 합격생 중 서울대 출신의 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반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오히려 수치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2001년에 비해 합격자의 수가 65명이 줄었으며 고려대와 연세대는 20명과 38명이 각각 늘어났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의 합격생이 총 합격자 9백98명 중 3분의 1인 3백33명으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 (표 참고)
고려대가 1백76명 그리고 연세대가 1백1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양대는 43회보다 오히려 11명이 감소한 56명의 합격생을 배출했으며 부산대가 40명, 이화여대가 39명의 합격자를 내놓았다.
성균관대는 한양대와 마찬가지로 43회보다 합격생이 11명 감소했다.
합격자 배출 대학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감추세를 보면, 가장 큰 증가를 보인 대학은 연세대이며 그 다음이 고려대, 그리고 부산대와 이화여대 순이다.
이들의 약진으로, 기존 서울대 법대 출신이 법조계 인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 예상된다. 지방대와 일반 사립대의 합격생 배출 비중이 서울대 출신과의 편차를 꾸준히 줄여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래 지난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학으로는 고려대와 부산대, 이화여대와 함께 경북대가 꼽힌다.
반면, 전년 대비 합격생 수에서 가장 많은 감소를 보인 대학 역시 서울대로 2001년 합격자 수의 무려 20%가 줄어들었다.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한 대학이 가장 많은 수의 감소를 보이는 것도 앞으로 합격자 출신대학 비율 추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견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그 밖에 한양대와 성균관대 그리고 경희대가 합격자 감소현상을 보였다.
특이한 것은, 이들 대학이 2001년도 합격생 수가 급증했다가 다시 2002년도 합격생의 비중이 2000년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아지는 현상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해당 대학의 교수들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느냐 마느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고시 수험생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합격자 수치 확인과정에서“해당 대학의 법대 규모와 무관하게 합격자 수 만으로 대학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다소 불합리하다”고 불만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법무부의 합격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만해도 합격자 총 9백98명 중 28%에 달하는 2백78명이 비법대 출신으로 드러나 법대 규모 또한 합격추세와의 관련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