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논설위원, 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

대통령의 교육현장 방문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보다 더 강렬하고도 명확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실례로 2001년 2월 21일 김대중 대통령의 전문대학 학위수여식 참석은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전환의 촉매가 됐다.

지난 2010년 2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매월 한 차례 교육현장을 찾아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교육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큰 힘과 위안이 된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기조를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정책’으로 맞추고 교육부문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조를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제1차 교육개혁대책회의 장소로 마에스터고가 선택됐고, 의제도 입학사정관제의 활성화 방안으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순한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실제로 교육부문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정책’이 구체화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2010년 3월 17일 제1차 교육개혁대책회의는 마에스터고가 아닌 청와대에서 개최됐다. 물론 이 회의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었고, 마에스터고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의 마에스터고 방문에 이은 전문대학 방문을 기대했던 터라 장소 변경은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다.

중등교육 단계에 마에스터고가 있다면 고등교육 단계에는 전문대학이 있다. 마에스터고와 관련해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개혁의 요체라면, 전문대학 개혁의 핵심 요체는 ‘수업연한 다양화’다. 마침 교육개혁대책회의 하반기 목표에 '직업교육 강화 및 선진화'가 들어 있다.

선진화가 사회의 모든 부분을 OECD 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면 교육선진화는 바로 OECD 국가들이 수행한 교육개혁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급변하는 사회구조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고등 단계의 교육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고등 단계에서의 직업교육 혁신의 선도적 모델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정부가 계속교육의 필요성과 직업교육의 수월성을 위해 교육목적상 일관된 교육체제를 라인 업시켜 운영하고 있다.

개혁의 혁신적 모멘텀은 기업으로부터 왔다.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과거의 경직된 수업연한 위주의 고등교육기관 구분을 없애고 직무·직종에 따라 수업연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등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들 국가들이 실시한 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수업연한의 규제 철폐를 통한 산업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이다.

지금이라도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해 지식기반사회의 융합화·복잡화 현상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동일 직무에 다양한 수업연한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기준에 맞춰 수업연한을 일원화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 단계에서의 교육개혁은 OECD 국가들의 선례에 비춰볼 때,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제라도 ‘중도실용주의’ 철학을 고등 단계의 교육개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 논의의 출발점은 대통령이 직접 ‘전문대학’을 방문해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애타게 외치는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정책’의 진정성이 확인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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