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의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이 교과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건 개선시책 추진실태' 결과 입학사정관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년 입시에서 11개 대학이 수능·내신성적 등으로 단순집계해 1359명을 선발했다. 또한 2009학년도 입시에서도 6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단순 지원자격심사만으로 761명을 선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단적인 예로 A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 인원 120명 가운데 61명은 입학사정관이 아닌 조교가 기계적 점수환산 작업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59명은 조교가 입학사정관으로 전환 채용돼 역시 기계적 점수환산 작업만을 수행했다. 결국 입학사정관이 입학 전형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교과부는 이를 인정해 주는 등 '대학 봐주기식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교과부의 대학 '봐주기식' 관행이 표면화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과부는 대학들에 예산을 배정하고,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 결과를 보면 교과부는 대학들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간과하는 행태를 보였다.

입학사정관제는 사실상 시작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어 왔다.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대한 우려와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확보 필요성은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이에 교과부를 비롯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각계 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지난 7일, 대교협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표준화 지침 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운영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시행 초기부터 발견되는 이 같은 불필요한 관행은 제도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의 입학생 선발 자율성 확보 또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최근과 같은 행태는 진정성에 의심을 주기에 충분하고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도입 초기 벌어질 수 있는 '실수'라고 보기엔 '의심'의 정황이 너무 많다.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해 힘써 왔던 그간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길 바란다.

교과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한 자발적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학 또한 입버릇처럼 '자율'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자율성에 걸맞은 책임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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