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말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요즘의 경원대가 그렇다. 캠퍼스에는 최신형 건물이 들어섰고, 입학생들의 수준 역시 크게 높아졌다. 대학 곳곳에서는 활력이 느껴진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길여 총장이 있다. 이 총장은 “목표대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가천의과학대와의 통합을 앞둔 지금, 이 총장에게 경원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대학 성장에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옆에 앉아 있던 김원 IT부총장을 가리키며)이 분 같은 경우 6~7년 정도 눈여겨보다가 모셔온 사람 중 한 명이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스카우트하기도 했었고, 삼성이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를 만들 때도 공헌했던 분이다. 이번에 어렵게 모셨는데, 이런 분이 계셔야 대학이 성장한다. 가천의대길병원 뇌과학센터처럼 IT 분야를 키우기 위해 정말 어렵게 모셔온 분이다. 현재 국내에는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 특히 설계 인력이 많질 않다. 김 부총장이 계시는 소프트웨어설계경영학과는 세계 최초의 학과로, 경원대가 집중투자 하고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유능한 교수들이 필요하다. 대학은 교수를 적극 밀어주고, 교수는 열정적으로 일한다면 100% 성공한다.”



- 인재 키우는 프로그램은 뭐가 있나.


“경원대의 비전은 덕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구축에 있다. 글로벌 인재란 다른 말로 ‘끼 있는 인재’라 할 수 있다. 외국어·창의력·문제해결 능력 등에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수능 점수와는 별개로 이런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많이 선발하고 잘 교육시켜 국가와 사회에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인재를 뽑기 위해 우리 대학만의 자율적이고 독특한 선발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다각도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교생 영어말하기 인증제도는 물론이고 교수강의평가결과 공개, 수강신청 시 교수 연구업적 및 학력 공개, 연구능력부족 교수 승진탈락,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3시간 연속강의 금지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 여성 총장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든 기업이든 어떤 사안에 대해 정확하고 주도면밀하게 판단하고, 일단 결정한 뒤에는 열정과 추진력으로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지도자의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약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를 변명하기보다 오히려 여성만의 장점을 부각시켜 남성보다 더 크고 많은 일을 해내면 자연스럽게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 여성은 사고와 일처리 방식이 투명하고 사안이나 사람을 대할 때 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로 문제를 풀어 낼 수 있다. 이런 속성들이 조직체를 돌보고 이끌어가는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남성 CEO들이 못하는 부드럽고 정교한 카리스마를 여성들이 발휘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성이었기 때문에 보다 섬세하고 따뜻한 진료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가천·경원학원 통합이 완료됐는데.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는 몸만 따로 떨어져 있을 뿐 같은 가천경원학원 소속이다. 오는 2학기에 양 대학 총장이 가천의과학대, 경원대 통합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재단이사회의 결의를 받아 공식적으로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 일단 2012학년도 3월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무엇보다 양교의 학생·교수·동문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두 대학이 통합돼야 하는 당위성을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작업이다.”



- 양 대학은 이미 협력·공조 중인데.

“대학 발전에 몇 가지 필요한 요건이 있다. 그중 첫째가 연구능력이 왕성한 시스템을 가진 의대, 의대를 뒷받침하는 병원과 약대, 그 병원과 약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명공학분야 연구원 등 바이오메디컬의 종합미디어다. 물론 경영·이공계·예술계·인문대 등 다양한 학문과도 통섭돼야 하지만, 특히 의료생명보건은 필수적이다. 대학 성장의 엔진이나 다름없는 연구시스템의 중심축이면서 동시에 재정적 보고이기 때문이다. 종전 10대 사학에 있던 몇몇 대학들이 더 이상의 발전 없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은 의료 생명 보건시스템이 없는 게 결정적 원인이다.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는 통합만 하면 의학·한의학·약학·바이오 등 네 분야를 완벽하게 갖춘 수도권의 4대 사학으로 일거에 자리 잡게 된다. 양 대학 모두 통합을 계기로 대학 발전에 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다. 10대 사학이 아니라 5대 사학 진입도 시간 문제라고 본다.”



- 통합되면 신설 약대 운영은.

“가천의과학대의 경우 의대를 중심으로 전국 모든 대학이 부러워하는 바이오나노와 신약연구의 메카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신약개발과 의공학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 ‘뇌과학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약대가 설립되면 의료보건과 신약개발 등 최첨단 융합학문 연구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게 된다. 경원대 입장에선 기존의 바이오나노연구원을 중심으로 가천의과학대가 보유한 모든 연구 및 교육콘텐츠를 공유하도록 MOU를 맺어 별도 투자 없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가 있다. 뇌과학연구소와 암당뇨연구원의 투자액만도 공식적으로 2000억원이고, 앞으로 약대(900억원 투자예정)를 키우면 경원대에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약대는 가천의과학대에 설립되지만 그 파급 효과는 경원대에도 똑같이 미칠 것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 해외대학 중 벤치마킹할 곳은.

“교육과 연구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대학 구조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에 지나치게 몰두해 교육을 소홀히 하는 대학도 곤란하다. 대학의 사명과 기능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의 계승 발전과 후학양성을 골고루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원대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특성화된 산학협력 교육시스템에서 배울 점이 많다. 기업이 주문하는 고품질 교육체계를 갖추고 인재를 양성, 그 인재를 실리콘밸리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 기업이 연구하고자 하는 것을 대학이 대신해 주고 결과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학교가 배분받는 ‘산학협력 윈윈정책’이다. 가천의과학대는 세계 최고의 의학전문대학원과 더불어 의학·약학·바이오 간 원활한 융합연구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메디컬 명문 존스홉킨스대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합 대학의 발전을 기대해 달라.”


 





정리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사진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이길여 총장은 …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쳤으며, 일본 니혼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길여 산부인과’ 등 20여 년 동안 의사로 활동했다. 1978년에 여의사 최초로 전 재산을 털어 의료법인 길의료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가천문화재단, 1994년 가천학원(가천의대·가천길대ㆍ신명여고)을 설립하고 현재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경원학원(경원대·경원전문대)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경원대 총장을 맡아 2007년 경원대와 경원전문대학의 통합을 이끈 바 있다. 아울러 2000여억원을 투자해 가천의대뇌과학연구소·이길여암당뇨연구원·경원대바이오나노연구원 등 3개의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기도 했다. 저서로 <꿈은 멈추지 않는다>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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