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민 정책팀장

지난 11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회의실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자유 토론을 벌인 것. 바로 교과부가 이달에 처음 실시한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 현장이다.

브라운백 미팅은 샌드위치·빵·커피·우유 등으로 가벼운 식사를 하며 자유 토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샌드위치나 빵의 포장 종이가 보통 갈색인 데서 유래됐다. 이날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의 주제는 최근 교육개혁대책회의에서 보고된 수석교사제였고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에는 교육 주체·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교과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을 매월 개최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해 주제 발표를 듣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소통 부재’, ‘일방통행’이란 비판 여론에 항상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과부의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은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렴된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교과부가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을 도입하고서도 여전히 일방적·독단적 정책 추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은 그저 이벤트, 아니 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교과부가 이미 결정된 정책을 홍보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을 활용한다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이 정례화된다면 구조조정·등록금 등 대학 관련 정책이나 현안도 토론의 주제가 될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교과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이 교과부 정책 수립과 추진 방식의 전환점이 될지 대학가의 관심도 높다.

따라서 교과부는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을 통해 수렴된 의견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신뢰를 얻어야 할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다시 말해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을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지, 아니면 이벤트와 쇼에 국한시킬지는 전적으로 교과부의 몫이다.

만일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이 교육 주체·현장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교과부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교과부가 ‘소통 부재’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지 대학가와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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