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혈관 뚫는 로봇’ 개발 … 10년 이후엔 상용화도 가능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에 대해 발표할 때가 가장 가슴 벅차요. 그러나 이처럼 기쁜 순간은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몇 년에 한 번 맞을까 말까할 정도로 희귀합니다. 나머지 시간들은 끊임없는 어려움과 난관의 연속이지요.”

박종오(54) 전남대 로봇연구소 소장은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말로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최근 박 소장 연구팀은 2년 8개월여의 연구 끝에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이하 혈관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사람과 혈류 속도·맥박이 유사한 미니 돼지의 혈관에서 로봇을 작동해보는 동물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의료용 초소형 로봇 개발을 선도할 기반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박 소장은 “혈관 로봇은 관상동맥·대정맥·대동맥 등 굵은 혈관 속을 움직여 원하는 위치로 이동한 뒤 막힌 혈관을 뚫는다. 분당 1200~1800회 회전해 드릴처럼 혈전에 구멍을 내 피를 통하게 한다”며 “혈관에 투입된 로봇의 이동은 외부에서 조종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할 수도 있다. 치료 후 로봇을 빼낼 때는 투입한 곳을 통해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세계 유수의 로봇 과학자들은 인체 혈관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혈류 속도가 최고 초속 0~666mm 사이를 불규칙하게 오가고, 맥박도 분당 50~100회 주기로 규칙 없이 반복되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가로막혀 있어 혈관 로봇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박 소장은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전남대 연구팀도 불규칙한 맥동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혈류·혈압을 이기고, 로봇을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켜 작동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이동 기술은 밀안장 형태의 3차원 구동용 자기장 코일시스템을 제작함으로써 해결했다. 또 위치 제어는 혈압 파형을 기반으로 맥동류에 대한 영향을 추정해 보상하는 방식을 구현해 가능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소장은 “지금까지 혈관 로봇은 공상 과학영화, 미래기술 예측 등에서만 찾아 볼 수 있었고 실체는 없었다. 미래 예측학자, 로봇 공학자들도 혈관 로봇의 개발 시기를 2020년경으로 예측하고 있었다”며 “전남대 연구소의 혈관 로봇 개발은 지금까지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기술을 현실화한 첫 사례”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향후 박 소장 연구팀은 현재 직경 1mm·길이 5mm인 혈관 로봇을 보완, 2014년까지 직경 1mm·길이 10mm로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로봇 내부에 약물 주입·혈전 뚫기·조직 자르기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혈관 로봇의 주요 역할은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막힌 부위를 뚫고, 혈전을 치료하는 데 있다. 사람의 관상동맥 직경은 2~3mm정도이므로 의료진의 의견에 따라 그의 절반인 직경 1mm을 기본 크기로 설정했다”며 “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포함한 로봇의 최소 길이는 10mm정도다. 이에 따라 직경 1mm·길이 10mm의 혈관 로봇 개발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혈관 로봇의 상용화 시기는 향후 1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소장은 “혈관 로봇 개발을 마친 후에는 임상실험 등을 거쳐야 한다. 상용화가 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기기는 상용화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공할 경우 세계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소장은 소장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교수·연구자로서의 바람도 털어놨다.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마이크로·나노 로봇기술 분야 국내 1위·세계 5위의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성실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머리가 우수한 사람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까지 늘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섣불리 말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항상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하나둘씩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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