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본지 논설위원·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우리나라 신문들이 지난해 거둔 광고매출액은 1조5000억원이다. 전체 광고비의 20.7%로, 10년 전 신문광고비 비중은 40% 정도였다. 당시 800억원에 불과한 온라인 광고비는 같은 기간 동안 15배가 늘어났다. 2009년 온라인 광고비는 1조2400억원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인터넷 광고비가 신문매체의 광고 역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의 광고비는 그 비중이 작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광고비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디어의 기술 환경 변화로 인해 생긴 부수적 현상이라고 간단히 진단할 사안이 아니다. 신문의 저널리즘 역할에 대해 독자들이 회의를 느끼고, 신문을 외면한 결과물로 볼 여지가 많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텔레비전과 인터넷보다 낮다.

언론은 객관성·정확성·공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사실보도·의견기사를 구분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토대다.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지 않고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거나, 어느 일방의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수의 취재원을 상대로 다양한 정보를 얻어야만 객관성·공정성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저널리즘 학교가 신봉하는 교훈이다.

무수히 많은 객관적 사실들이 체계적이고 촘촘히 응집돼야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가 가능하다는 지혜를 언론인들은 축적해 왔다. 단편적이고 맥락을 이탈한 발언 사실은 오히려 언론의 객관성·진실성을 해치는 기제로 간주됐다. 서구의 우수한 언론매체들이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가능하면 “ ”(따옴표)로 인용 처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신문윤리강령 역시 그와 같은 점을 천명하고 있다.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출처와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고,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해서 보도기사를 작성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불가피하게 보도할 경우에는 그 점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를 갖고 보도할 기사를 고르거나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똑 부러지게 명시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대체로 소수의 취재원에게 의존하고, 익명의 장막에 숨은 취재원이 은밀하게 내민 정보를 스스럼없이 따옴표로 처리해 기사의 뼈대로 삼는다.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기사의 제목조차 버젓이 따옴표로 처리되고 있다. “내 나이대로 38명이 살해 목표”라는 범죄자의 발언이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란다. “한몸 바쳐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입후보자의 발언 역시 여과 없이 헤드라인으로 키워진다.

따옴표 제목을 사용하면 보도로 인해 발생되는 책임을 발언 당사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취재보도가 상대적으로 간편하다는 이점도 있다. 오랜 시간 취재한 내용 중 언론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골라 따옴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언론이 구성하려는 스토리의 조각 맞춤에 쓸모가 있어서 발언 중 일부를 따옴표로 포장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그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편편이 존재하므로 언론인 스스로 ‘사실보도’에 충실하고 있다는 자기 정당화에 빠져들 수 있다. 외국의 유수한 언론들은 오히려 사실성·객관성·정확성·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따옴표 처리를 경계하고 있다.

신문이 살아 있어야 민주주의의 혈액인 여론정보가 건강해진다. 최근 신문산업이 외형적으로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매우 우려스럽다. 가정과 학교에서 ‘읽기 문화’를 진작시켜 나가야 하겠지만 신문 스스로도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신문윤리강령에 다짐한 대로 실천하면 된다. 따옴표 저널리즘의 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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