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가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SCI급 논문 증가율 1위(39.4%)를 차지했다. 국제화 지수도 크게 높아졌다. 해외 파견 교환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수 모두 3~4년 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발표된 '2010 아시아대학평가‘를 비롯한 각종 대학평가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북대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06년 말 서거석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서 총장은 취임 당시 전북대의 옛 명성과 위상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대학 시스템을 다듬어왔다. 교수 승진 요건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 학과 평가를 시행하는 등 혁신을 통해 구성원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서 총장을 지난 20일 만났다.

- 최근 발표된 2010 아시아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국내 14위, 아시아 92위에 올랐는데요. 호남·충청권 1위에 서울 주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죠. 전북대가 이젠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교수들의 연구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은 게 컸어요. 총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게 교수들의 연구력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 여건을 개선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지원책을 마련했죠. 그러자 교수들도 연구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 전북대가 SCI급 논문 증가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은 그 결실인 셈입니다.”

- 대학 본부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구성원들이 쉽게 받아들이던가요.
“대학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총장 취임 후 곧바로 국립대로선 한 발 앞서 교수 승진 요건 강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교수들 역시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임기 초반부터 각 단과대학을 돌면서 교수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 이해를 구했어요. 그러자 많은 단과대학·학과에서 본부가 제시한 승진 요건보다 2배 이상 강화된 규정을 내놓는 등 자발적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결실을 맺었고요. 구성원들 모두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죠.”

-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얘긴데, 비결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죠.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한 대학 본부의 노력도 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북대는 원래 저력이 있는 대학입니다. 다만 그것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부족했지요. 솔직히 냉소적 분위기도 있었구요. 교육·연구에 열심인 교수가 우대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 친화적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국내 대부분 주요대학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도 그에 준하는 인프라를 만들었어요. 대학평가에서도 웬만한 서울 주요대학들을 2년 연속 추월했죠. 전북대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 아닐까요. 당장 올해부터 신입생들의 수능 성적이 평균 20점 정도 올랐더군요. 금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 저도 놀랐습니다.”

서 총장 취임 후 전북대는 익산대학과의 통합에 성공했고,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인가받는 등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을 비롯한 국책사업 유치로 7천억 원 이상의 재정도 확보했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 등 사업당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국제 수준 연구기관을 잇따라 신설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장기적으로 추진하던 새만금 캠퍼스 설립도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압니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새만금 군산경제자유구역 내 토지 4만㎡를 무상으로 인수받았습니다. 이곳을 전진기지 삼아 새만금 국제화 캠퍼스와 동북아 허브 의료센터(전북대 제2병원)를 설립할 계획이에요. 구체적으로는 2015년까지 33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산학협력 컨트롤 타워’와 ‘녹색에너지 연구 클러스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전북대가 장기적 목표로 설정한 글로벌 대학 도약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대규모 연구기관 유치도 눈길을 끄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광우병이나 소 브루셀라병, 소 결핵,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사람과 동물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 연구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게 됩니다. 세계적 규모와 수준을 갖춰 크게 기대하고 있어요.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는 시설비만 400억 원 이상이 투자돼 차세대 부품·소재산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설립되고, 세계적으로는 5번째로 세워지는 건데요. 연구센터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첨단엔진,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나노산업 분야 등에 활용하는 초고온 소재 개발에 나설 겁니다.”



서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재임 기간 동안 괄목할 성과를 거둔 만큼 연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구성원의 뜻이 중요하다”며 겸양의 뜻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달 초까지 역임했던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으로써 통폐합과 법인화 등 국립대의 당면 현안에 대해서는 주관이 뚜렷한 조언들을 내놓았다.

- 대부분 국립대의 법인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모양새인데요.
“법인화의 근본 목적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죠. 서울대라면 브랜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법인화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역 국립대는 상황이 다르죠. 일본의 경우만 봐도 소수 국립대만 법인화 정착에 성공했잖아요. 우리도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겁니다. 정부의 충분한 재정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섣부른 법인화는 곤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국립대 법인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문제도 있지요. 전북대는 법인화 추진에 앞서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조율해나갈 예정입니다.”

- 국립대 통합도 활발하지 않습니다. 총장께서는 ‘적극적 통합’을 주장한 바 있죠.
“통합 문제는 법인화와 다른 관점에서 봐야죠.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될 상황이 옵니다. 대학간 통합은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해요. 장기적으로 국립대간 뿐 아니라, 국립대와 사립대간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시 정부 지원금을 받아 보다 안정적 대학 운영을 할 수 있는 현실적 장점도 있죠. 통합 후 캠퍼스간 특성화에 따른 대학 전체의 경쟁력 강화도 병행 추진해야 할 겁니다.”

- 최근까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을 지냈는데, 국립대 정책의 정도(正道)는 뭡니까.
“국립대는 사립대와 설립 목적부터 다르지 않습니까. 기초학문을 보호해야 할 책무, 경제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학생들도 교육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국립대·사립대를  떠나 불과 10년 후면 입학정원보다 실제 지원 학생들이 적어지는데 여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어요. 이번 정부 들어 대학간 통폐합이 정책적 후순위로 밀리는 느낌인데, 정부가 좀 더 의지를 가져야죠. 정부 차원에서 대학들이 통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금을 늘리고, 국립대·사립대간 통합도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유도책이 필요합니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주오대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전북대 법과대학장을 맡으며 국립법과대학장협의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소년법학회장, 한국비교형사법학회장을 지냈다. 일본 도쿄대 법학부 객원교수와 중국 서북정법대 객좌교수, 독일 막스프랑크 외국형법연구소 객원교수를 지낸 바 있다. 2006년 말 전북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지난 4월 초까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을 맡았다. 2007년 한국일보 선정 ‘올해의 CEO 대상’, 2008년 일본능률협회의 ‘글로벌경영대상’, 2009년 중앙일보 선정 ‘대한민국 창조경영인상’을 각각 수상했다.

<대담= 이인원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정리=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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