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열린사이버대에 ‘구원투수’가 왔다. 지난 몇 해 동안 대학가를 떠나 있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이다. 여러 곳에서 총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으나 계속 거부해 오던 홍 총장은 열린사이버대 총장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재단 관계자와의 ‘인간적 의리’와 ‘정리(情理)’가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소됐던 고등교육기관 인가 심사를 다시 받기 위해 분주한 지금, 홍 총장에게 열린사이버대의 미래를 물었다.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 열린사이버대는 그간 시끄러웠는데.

“과거 재단의 비리문제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물론, 당면한 대학 재정 문제는 새로운 재단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대부분 해결됐다. 학사운영도 전반적으로 정상화돼 가고 있다. 향후 이 같은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학사행정을 투명하게 처리해 달라고 전체 교직원에게 당부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주 새로운 열린사이버대를 위한 전 교직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교직원 모두의 눈빛에 광채가 나고,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워크숍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무적이었다. 취소된 고등교육법 인가도 오는 6월 말까지 소정의 절차를 다시 밟으려 한다. 교직원들의 뜨거운 열정이라면 문제 없을 것 같다.”


- 사이버대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총장실 벽에 걸린 액자를 가리키며) 내가 강조하는 교육의 기본 방향은 ‘문화의 대중화’ ‘지식의 일반화’ ‘학문의 보편화’다. 이 방향은 사이버대의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맞춰 열린사이버대는 실용적 과학기술교육에 포커스를 두고 취업이나 창업이 가능한 실용교육을 하려 한다. 나는 현대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정신의 위기’라고 본다. 지금 욱일승천하는 이웃나라 중국을 보라. 인구·군사력·경제력·영토 그 어느 것 하나 중국을 당해 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오직 하나, 우리의 머리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이것은 윤리와 도덕의 토대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 윤리·도덕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다.

“맞는 말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지난 주 전체 구성원에게 ‘효행 장려금’을 지급했다. 봉투 겉면에는 ‘미의(微意·작은 정성)’라고 적고, 봉투 속에는 받을 사람의 이름과 장려금의 액수를 적은 속지로 신권을 정중히 싸 넣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전달했다. 일부 교수들은 돈의 액수보다도 거기에 담긴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 돈을 쓰질 못하고 깊숙이 보관 중이라고 하더라. 역시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는 것은 예의와 도덕성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이런 일들은 지금 열린사이버대의 실추된 도덕성 회복을 위한 실천적 행동의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첫 글자 ‘가르칠 교(敎)’자는 효도 ‘효(孝)’변에 둥글월 ‘문(文)’자 로 이뤄져 있다. ‘교육은 효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뜻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교육이 무너졌다고들 한다. 왜 무너졌는지 그 원인을 알면 되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공교육의 붕괴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사범대학 시스템이다.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존경받고 안정된 직업이 교직이다. 이에 기대어 일부 부실한 교사들은 한 번 정교사자격증을 받으면 은퇴할 때까지 별다른 노력 없이 교사로 살아간다. 많은 교사들이 자기계발도, 평가받는 것도 거부하면서 몇 십 년을 살아간다. 일반대학을 나온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로 진출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그러다보니 결국 학원이라는 사교육 공간 이외에는 설 곳이 없는 현실이다. 이들의 경우, 숨 막히는 경쟁구도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강의를 하고 있다. 구시대적 제도인 사범대학을 혁신해 자유경쟁을 시키고, 교육을 시장경쟁원리에 맡겨야 한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때다.”

- 인터넷시대다. 발전의 견인차는.

“인터넷이 여러 곳에서 활용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다. 21세기가 열리고 고도의 전문지식 정보사회로 진입했지만 우리는 ‘외로워서 못살겠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인터넷시대가 가져다 준 인간상실·인간소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핵심 솔루션이 바로 동양의 '인본주의’가 될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지속적인 발전과 풍요는 바로 인간의 얼굴을 찾는 것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확신한다.”


- IT의 미래는 어떻게 보고 있나.

“통신기술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진보는 문화·지식·학문 전달방식의 혁신을 통해 그 내용이 서로 ‘융합(Fusion)’되고 ‘확대 재혼합(Re-mix)’ 되는 등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이 더욱 보편화되면서 웹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환경과 무대 역시 넓어진다. 신뢰와 도덕성을 근간으로 한 인간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확장하는 것이 곧 새로운 온라인 생태계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확실한 바탕이다. IT에 대한 해답도 결국 인간을 보면 답이 보인다는 뜻이다.”


- 우리 겨레 연구를 해 오셨는데.

“우리 겨레가 반만년 이상을 고유한 영토와 주권과, 고유한 언어, 문화 그리고 민족·국가의 정통성을 지켜 올 수 있었던 비결을 알면 오늘의 이런 현상이 조금도 신기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그 비결은 군사력도, 경제력도 아닌 오직 선진문화를 재빨리 받아들여 그것을 토대로 한층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는 주특기다. 그게 바로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DNA) 속에 있다. 지난날 우리가 받아들였던 불교문화·유교문화, 지금의 기독교문화의 실체를 면밀히 관찰·분석해 보면 스스로 명백해진다.”


- 열린사이버대 총장으로서의 각오는.

“특성화란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거나, 아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해 가는 것을 일컫는다. 모든 대학이 차별화 또는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다른 시각으로 남다른 솔루션을 찾아내려는 끊임없는 도전의식이 곧 특성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은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다. 급변·격변하는 시대에 '국내 최초 사이버대’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수준 높고 놀라운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단과 함께 부지런히 미래를 준비해 가겠다. 명문사이버대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으니 지켜봐 주시고 많은 질책과 성원을 부탁한다.”

 

홍일식 총장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 문학과 졸업 후 문학박사를 받았다. 양정고 교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장·민족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1994∼1998년까지 고려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학교법인 양정의숙 이사장, 한국장학재단 장학위원, 성곡학술문화재단 운영위원장, 육당기념사업회 이사 겸 회장, 한국외국어대 이사장,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굵직한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사단법인 세계孝문화본부 총재, 국민원로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4월 열린사이버대 총장에 취임했다.
저서로는 <육당연구> <한국개화사상사> <한국개화기의 문학사상연구> <문화영토시대의 민족문화> <21세기와 한국전통문화>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 <일제하의 한국 문학, 예술운동사> <堂山나무의 큰 그늘이여> 등이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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