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총장 취임 후 동국대는 빠르게 변화해왔다. 대학 최초로 고객만족(CS) 경영을 도입하고, 강의평가 결과를 전면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인사·행정·재정 권한을 학장에게 과감히 이양했다. 성과평가를 직원 인사와 연계시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학과평가 결과 하위 15% 학과의 정원을 조정해 우수 학과에 나눠주는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은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 같은 동국대의 경영 혁신은 ‘효율적 시스템’을 강조하는 오 총장의 추진력에서 비롯됐다.

오 총장이 주도한 시스템 개혁을 토대로 동국대는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을 마련했다. 기초학문 분야를 통합한 기초학문대학을 설립하고 교수단을 신설해 학과조직과 교수조직을 이원화 체제로 운영하는 등 학문·경영·재정 분야 9대 전략과제가 담겼다. 융·복합 연구·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문구조 조정과 학과체제 개편이 핵심 내용이다. “그간의 인프라 구축 기반 위에 새로운 추진 동력으로 비전 2020을 구상했다”는 오 총장을 지난 16일 만났다.

- 임기 말에 접어들었습니다. 공직과 비교하면 대학 총장은 다를 텐데 소회가 어떤가요.
“지난 3년간 좋은 경험을 했어요. 사실 대학 총장 자리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대학 구성원들인 교수·학생·직원·동문은 성향이 모두 다르잖아요.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하나의 목표로 끌고 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배웠습니다. 그간의 성과로는 시스템적 대학경영 구축과 약학대학 유치를 우선 꼽고 싶어요. CS 경영의 포커스는 어디까지나 학생입니다. 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교수나 직원도 함께 바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약학대학 유치는 동국대로선 큰 호재죠. 기존 의학·한의학·바이오 분야와 결집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일산의생명과학캠퍼스는 앞으로 동국대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겁니다.”

- 공직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대학 총장으로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평생 공무원 했지만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문제를 제기해도 고쳐지지가 않아요.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를 할 때 서울 본교와 지방 분교를 합쳐 평가하고 있죠. 대학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 아닙니까. 분교는 교육중심대학으로 특성화시키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사업 평가를 할 때 본교와 분교를 함께 카운트하니까 분교 교수들에게도 연구 실적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요. 특성화 추진하라는 정책만 세우면 뭐합니까. 현실은 특성화가 어렵게 만들어놨는데요. 물론 성균관대처럼 기능분할형 분교(자연계)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만, 동국대 같은 종합형 분교는 따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이 점을 지적해도 일리 있다고 얘기만 하지, 바뀌지는 않습니다.”

- 동국대가 강의평가 결과를 최초로 공개했었죠. 반발은 없었나요.
“다른 대학들은 최근 들어 강의평가 결과 공개에 나서는데 3년 전에 시행했으니 반대가 많았죠. 강의평가 결과를 성과평가 실적에 반영키로 해 반발이 심했어요. 일반 교수들은 물론이고, 보직 교수들도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하자고 했었습니다. 저는 강의평가 결과 공개가 대학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어요. 고객인 학생이 직접 평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교수도 평가 결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고요. 구성원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안 한다면 리더라 할 수 없습니다. 조직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실행해야 하고, 구성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설득해야죠. 지금은 강의평가 공개 여부에 관한 논쟁은 없어요. 학생들의 만족도와 교육의 질이 올라가는 등 성과가 확인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 혁신 드라이브로 감지되는 구성원들의 변화가 있다면요.
“2007년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2008년부터 직원 인사에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했는데 도입 초기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점수가 낮으면 승진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실제로 있고요. 입학정원관리시스템도 정원이 감축된 학과들이 반발했었죠.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만나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학제 개편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결국 시스템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하는 게 핵심이었죠. 갈등이 있었지만 공감대 형성을 위해 주력했고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구성원들이 경쟁체제와 차등보상 등 성과주의 문화를 받아들여 효율적 시스템이 정립된 게 가장 큰 변화죠.”

-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비전 2020’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압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백화점식 학과를 기능과 특성에 따라 융·복합 구조로 개편한다는 게 기본 내용입니다. 교원에 대해서도 학과 단위별 경계를 허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어요. 현실 사회의 문제는 학과별로 일어나지 않거든요. 비전 2020은 원활한 융·복합 교육과 연구를 위해 학문구조와 학과체제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9대 전략과제를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5대 사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기초학문 분야를 통합해 기초학문대학을 설립하고, 교수단을 신설해 학과조직의 틀을 벗어나게 할 겁니다. 동국대가 강점을 지닌 분야들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과학수사(CSI)대학원도 만들 계획입니다.”

- 중앙대, 성균관대 같은 경우 학과 개편안에 대해 반발이 심한데요.
“핵심은 학과 통폐합이 아닌 효율적 학문구조 개편입니다. 중앙대나 성균관대가 학과 개편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동국대는 이미 그런 과정을 거쳤어요. 수요를 감안해 스스로 학과 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전체적 인식입니다. 지금도 상시적으로 학과평가를 해 정원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연구도 있지만, 대학의 주된 존재 이유는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공급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사회의 수요에 걸맞은 인재를 내놓아야 한다는 거죠. 이건 시장 논리라고 비판할 문제가 아니에요. ‘미래 수요’가 무엇이며 어떤 자질을 요구하는지 파악해 대비하는 학과 편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학과를 한 번 만들면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그대로 가고, 10년 전 커리큘럼을 똑같이 가르치는 건 문제 아닌가요.”

- 올해 들어서는 약학대학을 유치한 게 가장 눈에 띕니다.
“정원 20명이 적은 감이 있지만 내년에 30명으로 증원될 것이라 보고, 앞으로 계속 정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약학대학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추가 인원 배정을 이끌어낼 겁니다. 기존 의학·한의학·바이오 분야에 약학대학까지 합류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일산의생명과학캠퍼스 조성사업은 총 3단계로 나눠 진행 중인데요. 1단계로 121억 원이 투입된 한의학관이 오는 8월 완공됩니다. 2단계로 4월 말부터 약학관과 종합강의동, 기숙사 등을 짓고 있어요. 1000억 원 가량이 투자됐습니다. 고양메디클러스터와의 연계로 경기 북부 지역 메디컬산업 허브로 발돋움할 전망이에요. 몇 년 안에 세계적인 특성화 캠퍼스로 발전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 남은 임기 동안 역점 사업은 무엇인지요. 연임 의사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느 자리로 가겠다거나, 이 자리를 더 해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크게 없습니다. 취임하면서 준비한 중기 과제 ‘108프로젝트’가 각종 경영 개혁부터 건물 설립까지 모두 다뤘는데, 거의 마무리됐어요. 어느 대학보다도 경영·학사운영시스템은 낫다고 자신합니다.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췄으니 앞으로는 속력을 내는 일이 남았죠. 비전 2020은 동국대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남은 임기 동안에는 그간 구축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수익사업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기부금 수입을 늘렸는데, 재정 확보와 건전화 상황도 점검해야죠. 이에 바탕해 고부가가치 대학으로 진화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12회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산업자원부 차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고양국제종합전시장(KINTEX) 사장, 대통령 정부 혁신 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KOTRA 사장 재임 시절 목표관리제와 다면평가제 등의 도입을 통해 공기업을 변화시켜 ‘혁신 전도사’로 이름을 떨쳤다. 2007년 초 동국대 총장에 취임, 대학 최초로 CS경영을 주창해 2008년과 2009년 고객만족경영대상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국가품질경영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사진= 한명섭 기자, 정리=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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