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 불 꺼지지 않는 사무실

수능이 끝나면서 정시모집이 카운트 다운됐다. 이에 각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작전에 여념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입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각 대학 입학담당부서들은(이하 입학처로 통일) 막바지 수시 2학기 모집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정시모집으로 24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또한 대학들은 입학처와 홍보실을 중심으로 신입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태.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거나 각종 이벤트와 공연으로 예비대학생들에게 구애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필승’을 다짐해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캠퍼스를 들여다본다. ■입학처 24시, A에서 Z까지
일반적으로 각 대학 행정부서의 평균 일과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지만 현재 입학처의 일과 시간은 대중이 없다. 어느 때에는 새벽 6시 30분부터 사무실 불이 켜지기도 하고 밤 12시가 다 되서 불이 꺼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애로점이 많은 업무는 바로 수시와 정시모집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학생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관리. 학생부가 수기로 작성되거나 출력본으로 접수됐을 때 이를 일일이 전산화하는 작업은 입학처 최대의 난제이다. 박동곤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대해 테이타 분석을 해본결과 1년 중 1백일을 초과근무를 한다”면서 “초과근무의 90%가 바로 수시 및 정시모집기간”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 같은 초과근무는 학생부 처리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며 “세상은 선진화되어 가는데 대학의 입시 시스템은 아직까지 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숙명여대 입학처의 경우 수시2학기 모집에 총 6천여명이 지원했는데 25명 직원들이 학생부 입력 및 대조작업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가 NEIS 시행 반대를 위해 정시모집에 학생부를 CD로 제공하려는 교육부의 방침을 전면 반박하고 나서자 각 대학 입학처의 고민은 상당하다. 황대준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자료 혼선으로 대학이 정해진 기간동안 입시를 치러내지 못하면 결국 수험생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외대 정일환 입학과장 역시 “교육부에서 CD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1만 5천명 이상의 지원자에 대해 수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상당한 업무 부담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신입생 유치작전 다양
입학처와 홍보실을 중심으로 한 신입생 유치 경쟁도 활발하다. 대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 대학들은 입시설명회,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구애작전을 마련 중이다. 고려대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은 지방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 입시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고려대는 전공 교수 17명이 전국 96개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논술과 입시설명, 학교 홍보에 나서기로 했으며 한양대는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및 서울∙경기에서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해당 지역을 돌며 입시설명회를 갖는다. 이러한 서울 소재 대학들의 행보와 관련, 지방대학들 역시 지역 학생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경북대는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대구 시내 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들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와 공연 등을 갖기로 했으며 전주대는 독특하게도 정시모집 관련 이벤트 퀴즈를 실시해 응모 당첨자들에게 침대, 디지털 카메라, 인라인 스케이트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신입생 유치 홍보를 넘어서 합격자 관리로 내실 있는 예비 대학생 양성에 만전을 기하는 대학들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세대는 수시와 정시 지원자 가운데 성적이나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지닌 학생들 20명을 선발해 전공교수와의 1:1 매치 훈련, 리더십 프로그램 참여 유도 등을 제공할 예정이며 숙명여대 역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수시2차 면접 대상자’의 선발만으로도 C대학 입학처의 전 직원들은 늦은 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밤은 물론이고 조찬회의라도 계획되는 날엔 아침 7시에도 출근해 신입생 유치, 홍보 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입학처 직원은 털어놓는다. C대학은 수능 이후 신입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우수한 인재 선발’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홍보도 ‘우수학생 유치-육성 프로그램’과 장기적 플랜을 구상하는 정책팀 운영으로 이원화해 전략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입학처의 역할은 우수 신입생 선발에서 그치지 않는다. 입학처장은 “신입생이 학교에 들어와 보다 좋은 토양에서 전통과 학풍을 잇고 자신들의 가치를 발견, 성장할 수 있도록 나무에 거름 주고 물 주듯 정책적인 배려를 하는 것도 바로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입학처 내 정책팀은 신입생 뿐만 아니라 학생 모두를 위해 대학이 보다 많은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모교상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대학당국에 정책을 건의∙추진하는 프로그램 준비에 여념이 없다. 또한 입학처 부서 중 입학상담실은 특히 수능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곳이다. 상담은 거의 전화문의로 이뤄지는데 그마저도 학생 당사자들이 아니라 자녀들의 입시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학부모들이 대부분. 수시·정시 전형일자나 모집요강에서부터 재외국민전형, 편입학까지 문의사항의 내용도 다양하다. 직원 이래봐야 입학상담실장과 직원, 단 두 명이 전부인 사무실에서 바쁜 손놀림으로 전화기 사이를 오간다는 이들은 “특히 수능이 끝나고 최종 입학등록 마감일까지는 업무시간 내내 전화기에서 손을 뗄 틈이 없다”면서 매년 되풀이되는 입학시즌의 애환을 토로했다. 한혜경 기자 cleanly@unn.net "전화, 문서작업에 멀미날라..", 수험생 붙잡기 24시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고 있던 지난 5일 D대학 홍보실. 수능시험으로 관공서 출근시간이 늦추어 졌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른 시간에도 연신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홍보실 한켠에 위치한 화이트보드 알림판에는 날짜별로 방문할 고등학교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고 담당자들은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철에 파묻혀 얼굴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이들이 이처럼 쉴새없이 바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정시모집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D대학은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하루 두 곳, 총20개 학교를 돌며 ‘버스투어 입시설명회’를 할 예정인데, 장소제공을 해 줄 학교는 물론 출연자, 버스 등을 섭외하느라 요즘 이들의 일과는 새벽별을 보며 출퇴근을 한다고 말할 정도. 점심은 김밥 한줄로 떼우고 이제 막 나온 정시모집안내가 담긴 3차 광고시안을 받아 각 고등학교와 학원에 보낼 유인물을 준비하고 이벤트에 출연할 홍보도우미 등 출연진들을 불러 행사에 대해 소개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낸다. 또한 해당 학교로 타고 갈 버스를 예약하고 행사에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체크해 두는 것도 이들의 몫. 현 재학생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를 위주로 버스투어를 진행하는데 해당 학교들을 섭외하는 일과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강연과 이벤트의 비중을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 학부모, 지도교사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부담. 교무과의 입학관리부서가 ‘입학관리처’로 독립 승격하게 된 것은 불과 얼마전. 건물 리모델링이 다 끝나기도 전에 1층의 절반 정도를 자리잡고 업무에 들어간 입학관리처에는 요즘 수시전형 면접을 대비해 학생들의 신상을 OMR카드에 기록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중앙테이블에 자리잡고 있었다.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데다 정해진 날짜에 학생들의 신상명세를 일일이 손으로 써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했던 일을 재차 반복해야 하는 것이 일이라면 일. 시간, 인력,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이 일을 두고 이곳 사람들은 이제 “원서만 보면 멀미가 난다”며 혀를 내두른다. 전화기 10대의 하루평균 전화량은 1대당 보통 50~60통꼴. 홍페이지에 상담이 잘 돼 있으면 그나마 전화상담 건수가 줄기 때문에 전산프로그램 준비에도 열의를 쏟는다. 1년내내 계속되는 입시준비로 벌겋게 상기된 눈동자를 제대도 뜨고 있지도 못할 정도인데도 이들은 수험생정보의 보안과 오류를 막기 위해 24시간을 기꺼이 투자한다. D대학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에게 입시박람회나 홈페이지 입시상담게시판 등을 통해 개개인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 상담해 주고, 또 그들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입학관리처 J씨는 힘들지만 D대학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김미경 기자 miky0319@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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