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논설위원·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

이명박 정부 임기 절반시점에서 치뤄진 6·2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 두둑한 복채를 받고도 정반대의 점괘를 내놓았던 여론조사기관이나, 엉터리 예측을 믿고 희희낙락했던 집권당만 바보가 돼버렸다. 당장 인적쇄신을 해야한다느니, 당의 체질개선이 절박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결국 옐로카드를 내민 민심 앞에 기존 정책들의 재검토는 불가피하게 됐다. 4대강 사업추진이 그렇고 세종시 문제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굵직한 사안들 속에서 교육분야도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 시작은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대학교육정책 방향 역시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모양이다.

6.2지방선거는 ‘소통부재와’·‘변화지체’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6.2지방선거에 즈음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던 것일까. 나이드신 분들은 4대강이니 세종시니, 천안함 사건이니 해서 나라가 절단날 것 같은 분위기에 답답해 했고, 젊은이들 역시 취업하기는 더 힘든데 경제지표는 좋아졌다고 하니 답답해서 가슴이 먹먹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마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업교육과 순수학문의 경계구분이 무의미한 현실에서 최소한 공정한 경쟁의 틀만이라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철저하게 무시됐고,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학과에 따라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정책당국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해 왔다. 고등교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공정한 ‘정책지원’을 요구해도 약자들의 ‘징징거림’으로 치부되기 일쑤인 현실을 개탄했다.

더욱이 지난 고용전략회의에서는 “전문대학이 4년제 일반대학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스스로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라는 이대통령의 발언을 접하면서 전문대학 구성원들은 아예 절망감에 빠지게 됐다. 이쯤 되면 과연 우리나라에 고등직업교육에 관한 제대로 된 소통의 통로가 있기나 한 것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은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돌파구를 찾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이 6·2지방선거 결말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월드컵 응원에 그렇게 열광하는 그들이 불과 몇 주 전 선거판에서 현 정부를 싸늘하게 대했던 똑같은 사람들이다. 막히면 대뜸 옐로카드를 뽑아들고, 열리면 미친 듯 환호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숨통을 열어야 한다. 고등직업교육 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분위기 쇄신차원의 개각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국정기조인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주의’를 교육정책에 적극 반영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교육수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현재의 전문대학의 질곡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실질적인 소통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스템측면에서도 보다 더 강화된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즉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전문대학정책과에서 총괄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적어도 1개국이 전문대학 정책을 관할하는 구조로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아닌가 한다.

선거와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맞물리면서 이래저래 금년 6월은 유난히 뜨거웠던 계절로 기억될 듯하다. 이 뜨거움이 촛불이 되어 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할지 아니면 출범초기 보냈던 열정적인 지지로 변할지는 오로지 한 가지에 달려있다. 소통과 변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분위기 쇄신차원의 변화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소통을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 그 길이 상생을 위한 길이다. 고등교육분야에서도 어느 일방의 소통에만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상호소통의 길이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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