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의학교육체제 개선 과정 및 과제 진단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1일 의대·의전원 선택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의사양성체제 개편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의학교육체제 개편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으나, 교과부의 무리한 의전원 도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국고 낭비·사회적 혼란 가중 등은 여전히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다.

■의학교육체제 개선 논의 어떤 과정 거쳤나?

교과부는 지난 2002·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의·치전원 전환추진 기본원칙’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5년간 의전원 체제를 운영해 본 뒤 2010년 최종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과부는 의전원 전환을 통한 기대효과로 △과열된 의대 입시경쟁 완화 △폭넓은 교양·도덕성을 갖춘 인술의 양성 △선진화된 의학교육·훈련시스템 도입 △이공계 기초학문의 동반성장 등을 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교과부 정책이 대다수 대학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그동안 의전원 미전환 대학들에는 BK21사업 참여 제한 등의 ‘채찍’을, 전환 대학들에는 정착 지원금 등의 ‘당근’을 내밀며 반강제적으로 의전원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전체 의대의 65.8%가 체제를 전환한 현재까지, 의전원은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큼 무수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또 다른 입시 과열, 이공계 피폐화 등은 의전원 체제에서 비롯된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손꼽힌다.

박영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반강제적으로 41개 의대 중 27개 대학이 의전원을 도입했다. 그러나 의전원은 이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근본 취지와는 반대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했다”며 “의전원 재수생의 증가로 무형의 국가적 손실이 가중된 것에 더해 공공의료의 공백·이공계 피폐화 등의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또 김기수 울산대 의대학장은 “의전원은 의대와 교육과정·효과가 동일함에도 등록금 상승, 교육기간 연장, 사교육비 증가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모든 측면에서 장점이 불분명한 제도”라고 밝히는 등 대다수 대학들도 의전원 체제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에 올해 의학교육체제에 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의전원 도입 대학들, 관련 분야 관계자 등은 교과부가 강제로 한 가지 제도를 정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게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대학에게 체제 선택의 자율권을 주기로 한 교과부의 최종 결정은 반강제적 의전원 전환에 따른 더 이상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여론을 수렴했다는 점 등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고 낭비·사회적 혼란 등 ‘미해결’

그러나 교과부의 의전원 도입 추진으로 발생한 막대한 국고 낭비, 사회적 혼란 등은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우선 국고와 관련해서는 의전원 전환 대학이 기존 체제로 복귀하더라도 앞서 받은 지원금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과부 결정을 둘러싼 의대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방 소재 한 대학 의대학장은 “교과부는 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의대가 소속된 대학들에게 BK21 사업 참여 제한, 로스쿨 선발 인원 삭감 등의 패널티를 적용했다. 반대로 전환 대학들에게는 2003~2008년 총 1500억 원에 달하는 각종 지원금, 교수 증원 등의 인센티브를 줬다”며 “미전환 대학들이 받았던 패널티에 대해서 보상해 주지 않을 거라면, 의전원 전환으로 혜택을 받은 대학들이 앞서 받았던 지원금도 반납토록 해야 옳다. 그래야 공평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의전원 전환 대학들은 큰 액수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미전환 대학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혜택들을 누려왔다”며 “물론 의전원 전환 대학들이 의대로 복귀할 경우 또 한 차례의 진통을 겪게 될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체제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관복 대학지원관은 “당초부터 올해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키로 했었다. 정부 투자로 봐 달라”고 해명했다.

의전원 재학생·수험생들이 겪게 될 혼란도 문제다. 특히 학생들은 상당수 대학들이 의대로 복귀할 경우 뿌리가 없어진 의전원 졸업생들이 설 자리가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

올해 2월 서울 한 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 입학을 준비 중인 박모(25)씨는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꿔왔는데 대입에서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공계 학과 졸업 후 의전원 입학을 목표로 공부 중인데, 물론 입학부터 하고 볼 문제지만 졸업 후가 걱정”이라며 “의대 출신이 대부분인 의사 사회에서 소수의 의전원 출신들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불안하다. 정부 차원에서 의전원 졸업생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