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여름무용축제’ 주관 … 23회 자리매김


“춤에는 말이 필요 없어요. 몸과 마음이 원하고 느끼는 대로 그냥 추면되는 것이지요. 춤은 우리가 평소에 말로 다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토록 함으로써 개개인이 자신의 깊은 내면과 조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같은 춤의 희열을 시민들도 직접 체험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해요.”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경성대 부산국제여름무용축제(이하 무용축제)를 주관한 최은희 무용학과장은 “부산 시민들에게 춤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988년 시작된 경성대 무용축제는 국내 최초·유일의 대학주관 시민대상 무용행사다. 올해 무용축제는 이달 1~4일 경성대 캠퍼스·지하철 역·해운대에서 문화공연·시민무용강습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1984년 경성대에 부임한 최 학과장은 첫해부터 현재까지 20여 년 이상 무용축제를 기획·진행해 왔다.

최 학과장은 “무용축제의 출발은 현재에 비해 약소했지만, 20년 이상 꾸준히 행사를 개최하다보니 이제는 부산의 중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매년 국내외 유수의 무용팀들을 초청해 공연하는 것은 물론, 수준 높은 강사들에게 시민들이 직접 강습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한 걸음씩 꾸준히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23년을 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무용은 낯설고 어려운 타인의 분야’라는 시민들의 인식도 차츰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술·음악 등에 비해 무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마음은 닫혀져 있는 게 사실. 이에 대해 최 학과장은 “일반인이 무용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무용인들을 넘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술·음악은 공교육에도 포함돼 있고, 강습소의 비율도 높아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무용은 미술·음악보다는 접근 기회가 적은 실정”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예술 분야를 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무용계·교육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줬으면 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의 무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것은 물론, 미적체험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최 학과장은 현 시대 우리 무용이 풀어 가야할 중대 과제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을 꼽았다. 최 학과장은 “빠른 시대 변화·발전으로 다양한 문화들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오늘날 한국무용의 과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지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외부 문화와의 공존·조화를 꾀하는 데 있다”며 “우리 무용 고유의 색채를 잘 지키면서도 세계와도 어우러지기 위한 정부·학계·무용인들의 심도 깊은 고민이 거듭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떠날 수 없고, 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학과장은 “어릴 적부터 40년 이상 무용을 했지만 단 한 순간도 춤을 떠난 인생, 춤을 떠난 생활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무용을 시작할 때 품었던 열정이 지금까지 변함없이 마음과 삶에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학과장은 강의·학내외 활동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매년 꾸준한 작품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는 “올해 10월 8일경 ‘호흡으로 풀어보는 생명과 자연’을 주제로 공연을 열 계획”이라며 “올해 공연에서는 한국무용 고유의 호흡을 통해 ‘숨’을 표현해 보려 한다. 소리·영상 등 타 매체 예술들과 협연해 춤을 풀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학과장은 제자들의 성장 방향에 대한 바람도 들려줬다.

“학생들이 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술을 통해 깨달은 앎을 삶 속에 고스란히 녹여가며 사는 사람들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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