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전형 150명 중 농어촌·저소득층 30명

KAIST가 지난해 도입한 학교장 추천전형을 통해 입학자원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KAIST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실시된 학교장 추천전형에 합격한 일반고 학생은 150명이다. 학교장 추천전형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올해는 전국 639개 일반고로부터 학생 1명씩을 추천받아 평가했다.

입학사정은 다단계 전형으로 진행됐다.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한 뒤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해당 고교를 방문했다. 담임교사를 면담하고 학생면접을 실시하는 ‘방문 면접평가’를 통해 300명의 1차 합격자를 가렸다.

2단계 전형은 면접과 그룹토론. KAIST는 지난 6일 실시된 개인면접과 그룹토론 형식의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150명을 선발했다. 합격자 가운데에는 농어촌 학생 15명, 저소득층 학생 15명이 포함됐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20%를 농어촌·저소득층 학생에게 배정한 결과다.

다양한 지역의 학교로부터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합격자의 지역별 안배도 이뤄졌다. KAIST에 따르면 합격자 가운데 5대 광역시(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출신이 76명(50.7%)으로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 11개 시·도 지역은 74명(49.3%)이었다. 전국 각지의 일반고에서 골고루 합격자를 배출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형을 통해 합격 고교 150개교 중 67개교가 처음으로 KAIST 합격자를 냈다. 지금까지는 거의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전문계고교도 7명이나 합격자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전문계 고교 출신 합격자는 단 1명뿐이었다.

오광주 입학정책팀장은 “과거에는 과학과나 영재고 학생이 아니면 KAIST에 들어오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며 “학부 선발인원 1000명 가운데 150명이지만, 일반고나 농어촌·저소득층 학생들이 입학함으로써 점차 입학자원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KAIST는 학교장 추천전형을 통해 선발된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9월경 ‘브릿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입학 전 수학·물리·화학 등에 기초 자연과학 교육을 시켜, 수학능력을 확보토록 하는 것. 오 팀장은 “과학고 출신들 보다는 학교장 추천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성적에선 좀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 2~3년 후에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올해 합격자 면면도 다양하다. KAIST는 “합격자 중에는 학교 내신 성적, 전국모의고사 성적 등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도 많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공부하여 합격한 학생도 많았다”고 밝혔다.

보안전문가가 꿈인 한일전산여자고(경남 마산)의 박지향 학생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합격한 경우다. 대학 측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전문계고교로 진학한 박 양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보안전문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학생”이라며 “본인이 받은 성적우수 장학금을 형편이 더 어려운 학생에게 주고, 학교 봉사단체의 회원으로 재활원, 장애인 보호 작업시설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소개했다.

대구 수성고 전지환 학생은 전국모의고사 성적 1등급이다. 가족과 선생님들이 다른 대학 진학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으나 연구중심 교육, 국제화 등을 고려해 KAIST를 지원해 합격했다. 전 군은 “인공지능분야에서 세계 1인자가 되어 노벨상을 받아 우리나라 과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8년 3월 개교한 남악고(전남 무안군)는 요즘 보기 드물게 시골에 설립된 고등학교다. 이 학교의 첫 졸업생 서경근 학생은 첫 번째 입시에서 KAIST에 합격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서군은 면접관에게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기 보다는 문제를 이해하고 실험과정이나 결과로부터 원리를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는 학생”이라며 “현재보다는 2~3년 후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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