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새만금 군산 경제자유구역(이하 새만금) 오식도동 4만여㎡의 부지를 확보하며 지역중심국립대에서 ‘글로컬(glocal) 전진기지’로 기어를 바꿔 넣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새만금에 집중 투자, ‘글로컬리제이션’에 초점을 맞춰 대학 발전의 견인차로 삼을 방침이다.

이 같은 군산대의 ‘새만금 프로젝트’ 추진 배경에는 올해 3월 취임한 채정룡 총장이 있다. 직접 발로 뛰며 새만금 부지 유치를 성사시켰다. 동시에 새만금과 가장 가까운 대학을 넘어 새만금 사업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취임 후 한 학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채 총장을 지난달 25일 만났다.



- 총장 취임 후 한 학기가 지났다. 평교수 때와 느낌이 또 다를 텐데.
“노력하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총장에 취임할 때부터 군산대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똑같다. 한 학기를 지내보니 자신감이 붙는다. 스스로도 그렇고, 군산대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해왔지만 가시적 성과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힘이 빠진 부분도 있었는데, 지난 학기에 군산대의 미래를 ‘구체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새만금 부지 확보가 ‘자신감’의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어떻게 추진했나.
“군산대가 새만금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안이하게 대처했던 부분이 있었다. 우리 앞마당으로 생각하다 지난해 전북대가 먼저 부지를 확보하지 않았나. 군산대 구성원들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군산시민들도 많이 실망했다. 그래서 총장으로 취임하며 어떻게든 새만금 부지를 확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실무 담당자, 사업 관계자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대학보다는 공공기관에 우선적으로 부지를 주는 게 기본 방침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를 수차례 방문하며 적극 설득해 우리 입장을 관철시켰다. 시기가 다소 늦어졌지만 확보한 부지 규모(3만 9910㎡)는 전북대보다도 크다.”

- 그래서인지 ‘새만금 선진대학’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취임 전 총장 후보 시절부터 구상한 캐치프레이즈다. 새만금 선진대학이란 표현 앞에 ‘당당하고 강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새만금 중심대학’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앞으로 군산대가 새만금 프로젝트를 앞장서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만금 선진대학’이라고 명명했다. 새만금은 군산 또는 전북지역만의 사업이 아니지 않느냐. 국가 차원의 큰 프로젝트인데 군산대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하고, 그래야 군산대의 미래도 밝아진다. 자신감을 갖고 군산대 구성원의 힘을 합쳐 새만금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선도해나가려 한다.”

- 새만금에 확보한 캠퍼스 부지는 어떻게 개발할 계획인가.
“2017년까지 총 72억 원 가량을 투입해 저탄소 녹색성장 단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대기업과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새만금 캠퍼스 개발에 나설 계획인데 정부와 전라북도는 물론 인접 지자체, 기업체와 힘을 모을 생각이다. 특성화 분야는 조선·해양·풍력·기계·플라즈마 분야 등으로 잡았다. 이 분야 연구기관들을 유치, 집적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 인근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많아 산학협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구체적으로 유치가 확정되거나 설립 추진된 사업들은 없는지.
“우선 위그선 조종사훈련센터를 들 수 있다. 선박형 비행기인 위그선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되는데 조종 인력이 없다.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과 논의해 새만금 캠퍼스에 위그선 조종사훈련센터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항공 조종사 양성과 관련된 학과도 신설하려 한다. 한 항공사 CEO를 만났는데 국내에 항공 조종사 육성 시스템이 없다면서 우리 대학에 관련 계약학과 신설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새만금 부지에 활주로를 짓고 위그선 조종사훈련센터와 연계하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제안이라 본다.”


▲박성태 본지 발행인(사진 왼쪽)과 대담 중인 채정룡 군산대 총장.

채 총장의 의욕적인 추진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통과 참여의 리더십’이다. ‘일로동행(一路同行)’이란 표현을 즐겨쓰는 채 총장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을 강조한다. 구호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학 구성원 뿐 아니라 지역민까지 참여하는 ‘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대학과 지역의 윈윈(win-win) 전략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 대학 발전을 논의하는 미래발전위원회에 지역민을 참여시킨 게 흥미롭다.
“학내 구성원 뜻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의견을 잘 들어 반영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봤다.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분들과 군산대에 관심 있는 분들을 논의 테이블에 참여시켜 소통하고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참 어렵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군산대는 어떤지, 지역사회가 군산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예컨대 시의원이나 경실련 관계자와 함께 대학 현안에 대해 토론하면 좀 더 큰 틀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지역 대학은 지역사회와 같이 가야 한다.”

- 소통·상생에 주목한 만큼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더 끈끈해질 것 같다.
“총장에 취임하며 소통에 방점을 찍은 공약을 내걸었다. 대학 내부적으로도 취임하자마자 학생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실 지역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만들고자 하는 애향심, 애교심 같은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북대가 차로 40~50분 거리에 거리에 있어 영향을 받는 것일 수도 있다. 미래발전위원회가 지역사회가 군산대에 애착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학 행정에 지역사회 참여를 보장, 반영하는 구조는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다.”

- 결국 대학 발전과 연관된 부분인데, 지역 대학으로써의 고민은 없나.
“국립대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해서인지 아직까지 신입생 모집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입학했던 학생들이 졸업하지 않고 빠져나가는 케이스가 많아 고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 본다. 자신감을 갖는 것은 새만금이란 거대 프로젝트가 있어서다.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비롯한 400여 개 기업들이 들어와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 같다. 취임하고 한 학기 동안 이미 100여 개 기관들과 산·학·관 협약을 체결했고, 100개 기업 초청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대를 졸업하면 국가산업단지 등에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겠다. 해양과학대학 같은 특성화 분야와 새만금 사업도 연계시킬 수 있어 희망적이다.”

-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학사 구조조정을 위한 TF팀을 가동하고 있다. 학과 정원 조정 문제를 비롯해 교수 인사제도, 업적평가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국립대는 사립대와 달라 전체 교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지금 80% 정도는 진척이 됐고, TF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개선된 제도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자구책 강구에 역점을 뒀다. 예를 들어 비인기학과라 해서 폐과하지는 않지만, 정원을 줄여 비전 있는 학과를 신설하거나 융·복합전공을 만들 수 있다. 교수·학생들에게 최대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 전공인 체육계 특유의 ‘팀워크’를 바탕으로 대학을 이끌어가길 빈다.
“사실 체육계열 교수가 총장이 된 사례가 드물어 부담감도 있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려 한다. 잘해내면 앞으로 체육계열 교수들이 총장을 맡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출근할 때마다 처음 총장에 취임했을 당시를 떠올린다. 초심을 잃지 말자, 성심을 다해 대학 운영에 전념하자, 그렇게 다짐하곤 한다. 팀워크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다. 늘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자세로 대학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채정룡 군산대 총장은…
채정룡 군산대 총장은 중앙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체육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군산대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체육부장, 체육학과장 등의 보직을 거쳐 지난 3월에 군산대 제6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운동생리학회·한국운동과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세계조정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 단장과 대한조정협회 국제상임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운동생리학회 상임이사와 대한운동사회 부회장 겸 전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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