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대학가, 아니 전국이 들썩거린다. 평가에서 선전한 대학들은 자축을 아끼지 않지만 쏟아지는 공격의 화살에 시달린다. 반면 예상 외 결과가 나온 대학들은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끊이지 않는 비판여론에 맘 편할 날이 없다. 이번 더 타임즈의 세계대학 순위 발표 이후에도 이런 모습들은 여지없이 연출됐다. 그러나 세계 대학 평가를 둘러싼 공방은 항상 한 가지 공통된 결론에 다다른다. 바로 우리 대학들이 ‘우물 안을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선전한 대학들은 물론 그렇지 못한 대학들도 결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대학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경쟁력에 눈을 뜨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수준의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대학들은 분주하다. 외 국인 교수와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국제화 교육 경쟁도 만만치 않다. 또 외국 대학과의 자매 교류를 넘어 대학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들을-어찌 보자면 세계 대학 순위 평가 항목에 부합되는 지표들- 갖춘다고 해서 과연 우리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지금, 한 번 쯤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학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5년째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송씨는 최근 사은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당장 이번 겨울 돈벌이가 걱정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얼마 전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학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한 지도 벌써 3년이 되간다는 정씨. 정씨는 아직도 일은 정규직보다 많이 하는 반면 임금은 정규직의 반도 못 받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은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해 발버둥쳐도 힘든데 어느 날 뚝딱 모 직원의 책상이 만들어지는 현실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간강사와 비정규직 직원들, 이들은 대학의 대표적인 마이너들이다. 그리고 마이너라는 이유로 캠퍼스 한 구석이 그들의 자리다. 그러나 대학은 그들을 주목하지 않는다. 마이너는 마이너리그에서 놀라는 것이 대학들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철저히 이용할 줄 아는 센스를 발휘한다. 한 마디로 필요에 따라 쓰고 처지에 따라 대우한다. 이 뿐이 아니다. 교직원들의 불친절은 여전히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오죽했으면 모 대학 총학생회는 교직원 불친절 사례까지 조사했을까. 도덕성과 윤리 시비에 휘말리는 교수들은 좀체 끊이지 않는다. 캠퍼스 곳곳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은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것일까? 사학재단 비리 역시 잊을 만 하면 불거져 나온다. 이 모든 모습들은 지금 우리 대학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형적인 조건들을 채워나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서야 할 것은 바로 ‘의식의 글로벌화’다. 마이너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고 윤리의식과 서비스 정신이 결여된 채 글로벌 경쟁력 운운하며 외형만 키운다면 그 대학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가 지표에만 연연하지 말고 의식과 마인드를 먼저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우리 대학들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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