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교육문제 산적...막혔던 소통 뚫어야

올 여름은 사상 초유의 무더위보다도 더욱 뜨거웠던 청문회 광풍이 불었다. 실제로 총리와 장관 내정자 몇 사람은 낙마했다. 또 누구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 와중에 교육계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새로운 수장인 이주호 장관을 맞이했다.

현 정부 집권 전반기에 불거진 많은 문제점들은 대부분 소통부재 혹은 소통체계의 부적정성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다원화 사회에서 비중에 맞는 적절한 대표기능이 보장되지 않아 의사 형성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불균형적으로 과대 대표된 집단들의 의사만 일방적으로 반영된 소통구조에서 많은 정책들이 논의되고 결정돼 또다시 일방적으로 전달되곤 했다. 결국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보다는 기존의 의사소통 채널 속에서 기득권을 가진 집단과 인사들의 의사만 반영되는 모순이 곳곳에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새로운 장관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새로운 장관의 등장으로 인해 막혔던 소통체계가 뚫리고 왜곡된 대표 체계도 정상화됨으로써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계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은 결코 간단치 않다. 아래로는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위로는 종합대학에 이르기까지 전체 세대와 지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의 경우를 보자. 직업교육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고등교육기관 재정지원액의 10%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정책 공약사항인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자율화만 해도 변죽만 울린 채 여전히 겉도는 상태다.

아울러 수업연한 자율화를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전공심화과정 진입장벽 철폐 문제도 답보상태에 빠져 답답함만을 안겨 주고 있다. 대학 전체적으로 보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여건 차이로 인해 조성되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을 조정하는 것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다.

기존의 사고와 방법, 태도로는 앞에 놓인 교육 현안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 첫걸음은 막혔던 소통 통로를 뚫고 왜곡된 소통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조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덧붙여 때로는 정책결정자의 과단성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물론 결단의 기준은 향후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체계 구축에 적합한가 아닌가에 맞춰져야 한다. 만약 과거와 같이 소통이 배제된 의사결정이 당연시되고 상황논리에 따른 정책운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럴 경우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는 없을 것이며 새로운 장관에게 거는 교육계의 기대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균형 잡힌 소통’과 ‘합리적인 강행’, 두 가지 덕목이 너무나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새로운 장관은 현 정부의 집권 반환점에 임명됐다. 반환점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점이다. 아무것도 없이 달려야만 하는 전반기와는 달리 반환점에서는 절반의 성적표를 앞에 두고 후반 레이스를 준비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집권전반기의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한 사회건설, 친서민, 소통강화 등과 각종 이념 및 기조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정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특히 신임 장관은 과거 인수위 시절부터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큰 밑그림을 그리는 데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무쪼록 거시적 관점에서 기존에 나타났던 수많은 문제점들을 공정하게 반영해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구조조정과 같은 큰 틀을 완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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