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절감 위한 대학 간 협약 추진”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소외계층에 대한 입학기회를 넓히고, 학부·대학원 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16일 교내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획일적 선발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개방적 자세를 취하겠다”며 “향후 대입에서 △예측 가능성 △투명성 △수요자 지향성 등 3가지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형화된 학생 선발 경쟁에서 탈피해 가능성 있는 학생, 독립적으로 학습활동을 해온 학생, 사회 어둔 곳에서 노력해 온 학생에게도 과감하게 문을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향후 정원외 선발 범위 내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별전형 △동일계 특별전형 등 2가지 전형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역균형발전 특별전형은 지방 출신이 서울대 졸업 후 다시 그 지역에 내려가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다. 백순근 입학본부장은 “지역에선 열심히 학생을 키워도 결국은 도시로 유출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졸업 후 출신지역으로 내려가 지역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일계 특별전형은 농업 계열부터 시범 도입된다. 지역의 농업고교 출신 학생이 이 전형을 통해 같은 계열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등에 진학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백순근 본부장은 “초기에는 농업계열부터 동일계 특별전형을 시작해 본 뒤,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향후 공업·상업계열 등으로도 확대할 지 검토하겠다”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자체 연구팀을 구성하고, 학생 선발방식의 개선을 위한 연구에 착수한다. 오 총장은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입시제도를 연구할 것”이라며 “서울대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이 동참할 수 있도록 범대학적 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전형 도입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학력 논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기초교육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박명진 교무부총장은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는 있지만, 현재의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의 문제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각 단과대별로 교육을 해왔지만, 이제는 전교적 차원에서 입학 후 대대적인 학력평가를 거친 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기초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대학원 교육도 강화된다. 오 총장은 “그간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면서 대학 고유의 기능인 ‘교육’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면이 있다”며 “학부교육 내실화를 통해 책임의식과 도덕성, 역량을 동시에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게 대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력 강화를 위해 교수들의 업적평가 기준도 조정된다. 상대적으로 ‘교육’보다는 ‘연구’에 방점이 찍혔던 평가기준도 손보겠다는 얘기다. 박명진 부총장은 “교수업적평가에서도 교육 실적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일정한 범위 내에서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 평가 비중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 총장이 ‘SNU Young Star’ 프로그램을 통해 ‘자랑스런 서울대 박사’를 키우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서도 향후 계획이 제시됐다. 박 부총장은 “Young Star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우수한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학부 때부터 우수 인재를 발굴해 석·박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해외연수 기회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박사를 포함, 국내 박사에게 일정 비율의 교수 자리를 할당하는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오 총장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면 서울대만이 아니라 해외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다”며 “먼저 그런 역량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 쿼터제는 그런 노력의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화 시행 이후에도 등록금 인상을 없을 것이란 점도 공언했다. 오 총장은 “등록금 인상이 필요 없도록 수익기반을 만들겠다”며 “법인화로 인해 등록금이 인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화 이후 기초학문 고사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율성을 갖기 되기 때문에 기초학문 육성에 대한 책임이 본부로 넘어오게 된다”며 “책임감을 갖고 기초학문을 고사시키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오연천 총장을 비롯해 △박명진 교무부총장 △이승종 연구부총장 △김흥종 교무처장 △신희영 연구처장 △남익현 기획처장 △백순근 입학본부장 △이학래 학생처장 등 주요 보직 교수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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