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최초 ‘교수 라이더’, 김창룡 한성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오토바이를 시동걸때 묵직한 엔진음과 시원한 가을바람을 가르는 기분은 오로지 라이더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호접지몽의 주인공인 장자가 나비를 통해 느끼는 ‘물아일체’를 마치 저는 오토바이를 타는 순간마다 느낀다고 할까요. 오토바이는 평범한 제 일상에 작은 충격을 던진 활력소에요.”


한성대에서 ‘교수 라이더’로 통하는 김창룡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교수사회에서 오토바이 예찬론자로 꼽히는 보기 드문 교수다. 김 교수는 한성대로 부임한 지난 1998년 이래로 줄곧 12년 동안 오토바이로만 출퇴근해 대학가에서 교수 라이더라는 호칭을 얻은 첫 번째 인물. 그렇다면 어떻게 교수가 탈 권위의 상징인 오토바이를 탈 생각을 했을까. 이 질문에 김 교수는 손사래를 치면서 지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12년 전 오토바이로 첫 출근하면서 ‘학교가 과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교수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교수 라이더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거죠. 그 당시만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교수가 전무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고심 끝에 미봉책으로 헬멧으로 얼굴을 완전히 감추고 1년 동안 출퇴근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다닌 것은 ‘기우’였다는 것을 이내 알았다는 김 교수. 덕분에 김 교수는 한성대에서 유명세를 탔고 학생, 교수, 직원 할 것 없이 모두 오토바이에 대한 이야기로 학내가 떠들썩했다고.


김 교수는 “십년 가까이 타고 다니는 애마는 ‘더 킹 오브 모터사이클’을 목표로 개발된 혼다 오토바이의 최고급 기종인 ‘골드윙’”이라며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후진장치, 버튼 조절식 리어 서스펜션 등 첨단장치를 사양으로 수평대향 6기통 1832cc 엔진을 자랑하기 때문에 웬만한 자동차 보다 마력이 뛰어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인터뷰 내내 ‘오토바이’나 ‘모터사이클’이 아닌 ‘바이카’라고 부르는 김 교수. 김 교수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교수 라이더’답게 바이카라는 이유를 생각보다 쉽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토바이라는 말보다 다소 교양 있는 표현으로 바이크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며 “하지만 바이크는 자전거와 혼동되는 것 외에도 영미권에서는 비속어로 사용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바이카(bicar)’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이카란 이륜성을 나타내는 ‘bi’와 자동차의 뜻인 ‘car’의 언어적 합체를 통해서 ‘이륜자동차’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김 교수만의 새로운 영단어. 바이카라는 생소한 영단어에서 김 교수의 오토바이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학기 개강과 함께 학생들에게 항상 새로운 강의로 흥미를 불어넣기 위해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김 교수. 최근 김 교수는 호동왕자, 낙랑공주, 바보 온달, 평강공주, 선덕여왕의 모란고사 등이 그림책처럼 펼쳐지는 <삼국시대 설화문학>을 학생들에 입맛에 맞춰 새롭게 한문 원전으로 강독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처럼 김 교수의 연구와 강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결실로 나타났다. 최근에 김 교수가 펴낸 <고구려 문학을 찾아서>가 대한민국학술원 추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시적 영감까지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 교수. 혹자에게 오토바이는 이동수단이지만 교수 라이더인 김 교수에게 오토바이는 시적 영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는 무엇보다 자연과의 스킨십이 놀라운 것 같아요. 바람을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소리도 듣고 강과 산의 계절색이나 냄새를 그대로 보고 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자작시인 ‘선비가 말 타듯’도 10년 이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과의 스킨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온 시가 아닐까요.”


- 선비가 말 타듯

바이크 타기만 오로지 한 나를

사람들은 웃으면서 재밌어하네

여지없이 위태롭다 경계하지만

마상의 유유자적 알 리는 없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