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마치 10년 같았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이 임기 1년을 맞았다. 채 총장은 지난 1년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틀을 새로 만드느라 고민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민족·진보대학인 한신대가 새롭게 조명되는 지금, 채 총장을 만나 한신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 나아가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물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신학·진보 이미지가 강하다

“종합대학이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신학대학으로서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 한일협정 반대, 1970년대 개발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와 인권운동, 1980년대 평화통일운동, 아울러 1990년대 생명살림운동 등 진보대학으로서의 이미지도 함께 지니게 됐다. 학생은 물론 모든 교직원이 사회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만들어진 전통이다.”

- 대학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다

“취업은 중요하다. 우리는 졸업생이 원하는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직업세계는 갈수록 급변하고 있다. 대학은 졸업 후 취업만이 아니라, 졸업 후 살아가야 할 더 긴 인생에 필요한 능력과 세계관, 소통과 참여, 아울러 협동과 배려의 정신을 길러줘야 한다. 이제는 대학이 진보적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 우리 사회에 ‘진보’란 무언가

“우리 시대의 진보적 사유의 초점은 지금보다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사회로 만드는 걸 의미한다. 이런 가치들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어렵다. 대학에 적용하자면 어떻게 교과과정에 적용시킬지, 교수학습법은 어떻게 바꿀지, 학생과 교수가 어떤 공공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할지 논의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학생들과 대화를 했다는데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학생들에게 듣고 싶었다. 1일 학과 초청 교수제도를 시행해 교수들 배석 없이 학생들과 직접 대화했다. 많은 요청과 요구사항을 들었다. 학생들 고민이 뭔지도 알게 됐다. 학생들이 한신대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학생·교직원·노조·이사회 4주체 협의를 통해 이런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 대학 특성화 방향은 잡혔나

“한신대의 특성화는 ‘섬김’이다. 세계시민의식을 지니고 인간과 자연을 섬기는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자 한다. 특수체육학과·복지학과·재활학과 3개 학과를 휴먼서비스 단과대학으로 묶었다. 3개 학과가 모여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데 특성화의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동아시아의 미래를 연구하고, 동아시아를 이끌 지도자를 기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 한신대의 ‘글로컬 서번트’란

“다른 대학이 ‘글로벌’을 내세우는 반면, 우리는 ‘글로컬’을 내세운다. ‘글로컬 서번트’는 국제적 경험의 폭과 깊이를 기초로 세계시민의식을 갖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회에서 일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독일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오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 독일 교육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독일 학생들은 우리 학생들보다 조숙하고, 판단력과 책임의식이 강하다. 우리 대학생들은 ‘이유기’가 너무 늦다. 왜 이럴까. 지나친 입시경쟁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장소에서 하루에 치르는 시험 성적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은 ‘아비투어(Abitur)’를 본다. 자기가 공부하던 자리에서 4지선다형이 아닌 논술형 시험을 치른다. 중등교육이 오직 대학입시만을 지향하기 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지고, 청소년들의 인간성이 피폐해지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 우리도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다

“교과부가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의 자율을 보장해 주고 있는데, 이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한신대만의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과과정이 같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내년부터는 교양 강화로 방향이 바뀔 것이다. 봉사 프로그램, 글쓰기와 책읽기 등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대학발전을 위한 재단 지원은

“지난해 완공한 서울캠퍼스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7년간 지원한 결과다. 지금도 법인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한신대는 개교 70주년, 종합대학화 30년을 맞았다. 종합대학이 된 후 졸업한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관심과 기부를 활성화하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소속 교회와 교인들의 헌금을 독려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 한신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지난 1년은 미래 한신대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 좋은 대학은 ‘교직원’이 만든다. 그러나 좋은 대학은 동시에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동문이나 재학생들이 모교에 관심을 갖는 대학, 직원과 구성원 모두 자부심을 갖는 대학이 됐으면 좋겠다. 모교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갖고 활발한 소통과 참여, 배려와 협동정신을 키워 간다면 한신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신대는 다른 어느 대학과도 경쟁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신대의 미래와 경쟁할 뿐이다.”


채수일 총장은...


한국신학대학 수석입학한 후 최우수 졸업논문상을 받고 졸업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를,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한신대 신학대학 신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신학부장 및 신학대학장, 학술원 신학연구소장, 신학전문대학원장, 평화와 공공성센터 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지난 9월 총장에 취임했다. 2004년부터 한국선교신학회 편집위원장, 영문신학저널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사진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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