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달변에 가까웠다. 두 시간 가까운 대담 내내 조리 있고 열정적으로 대학 발전전략을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답변 곳곳에서 대학 정책의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는 꼼꼼함이 묻어나왔다. 시험기간에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배달하는가 하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는 등 소통에 천착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그가 지난해 2월 취임하며 내건 ‘글로컬 이니셔티브(Glocal Initiative)’ 비전과 ‘Y형 인재’ 육성 전략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 “캐치업 전략이 아닌 리드업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게 이 총장의 판단. 추상적 슬로건에만 그치지 않았다. 영남대는 국비 1300억 원 가량을 확보해 발전 동력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수준 지역거점대학(Glocal Initiative University)’로의 도약을 다짐한 이 총장을 지난달 16일 만났다.

- 캠퍼스 곳곳에 걸린 ‘담대한 변화’란 캐치프레이즈가 인상적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롯해 조직 문화와 시스템, 사고방식 등 총체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모든 부분의 변화를 함께 일으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캐치프레이즈를 그렇게 정했다.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앞서나가는 전략을 짜야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글로컬 이니셔티브’란 대학 비전과 연결되는데, 구체적 전략이 궁금하다.
“지난 20여 년은 세계화와 수도권 집중화의 시기로 요약된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이를 함께 풀어내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글로벌 마켓과 국가경쟁전략 차원에서도 글로컬 이니셔티브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뉴욕, 워싱턴에 모든 게 집중돼 있지는 않다. UC 샌디에이고가 있어 이 지역에 세계적 BT 클러스터가 발달할 수 있었다. 영남대는 10년 안에 3개 융·복합 연구 분야 세계 10위권을 달성하는 ‘글로벌 프론티어 10-3-10’ 전략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 지금까지 1300억 원에 달하는 국비를 확보해 전망도 밝다.”

- 어떤 분야들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
“△GIFT(Green Innovation For Tomorrow)플랜 △CVC(Cultural Value Creation)플랜 △H2O(Health & Happiness Oriented)플랜을 마련했다. 각각 녹색혁신·공공디자인·의생명공학 분야 융·복합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를 위한 선물’, ‘생명수 같은 대학’이 되겠다는 의미도 담아 이름붙인 것이다. 최근 LED-IT융합산업연구화센터, 광역경제권 그린에너지 선도산업 인재양성센터 등을 유치했고 영남권에선 유일하게 융합형 디자인대학에도 선정됐다. 의학·약학·생명공학 융·복합을 비롯해 각종 전문연구센터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것이라 본다.”

- 글로벌화 비전을 제시하는 대학들이 많지만, 환경이 녹록치는 않다.
“전통적 분야, 전통적 접근방법을 써서 서울대나 하버드대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하지 않겠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을 전제로 ‘캐치업 전략’이 아닌 ‘리드업 전략’이 필요하다. 융·복합 연구에 역점을 둔 글로벌 프론티어 전략도 처음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1300억 원을 실제로 확보하고, 가능성이 보이니 학내에서도 힘을 받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화를 목표로 신임 교원은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30% 정도는 이 때문에 탈락했다. 개별 학과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상시채용 형태로 바꾸고 있다.”

- 지방대로 글로벌화에 적극 나선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지방대’란 용어가 있는 선진국이 한국 빼고 존재하는지 물어봤다. 답답한 현실이다. 지방대란 표현을 써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손실이다. 세계대학평가 최상위권에 드는 미국 대학 40여 개 중에 90% 이상이 ‘지방대’ 아닌가. 국내에도 ‘세계 수준 지역거점대학’ 육성이 필요하다. 지식기반사회에선 중요 인프라가 대학이고, 대학이 산업을 일굴 수 있는 시기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권역별로 그런 거점대학들이 있어야 지역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박성태 본지 발행인(사진 왼쪽)과 대담 중인 이효수 영남대 총장.

- 교육 분야에선 21세기형 인재상으로 ‘Y형 인재’를 강조했는데.
“Y형 인재란 맥그리거(McGregor) MIT 교수가 분류한 X형 인간, Y형 인간에서 따온 개념이다. 지금까지 대학은 대부분 정형화, 표준화된 ‘X형 인재’를 배출해왔다. 영남대가 길러내고자 하는 Y형 인재는 인성·창의성·진취성을 갖춘 인재를 가리킨다. Y자는 인성의 바탕 위에 창의성·진취성을 겸비한 모양을 형상화했고, 영남대 이니셜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새 패러다임에 걸맞은 인재 육성과 지식 생산으로 세계화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려고 한다.”

- 패러다임에 발맞춰 지식 생산과 인재 육성에 ‘올인’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대학은 ‘지식전달자’를 넘어 ‘지식생산자’로 거듭나야 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는 변화를 선도하는 인재고, 그 다음이 변화를 즐기는 인재다. 변화를 불안해한다면 본인도 경쟁력이 없고, 조직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앞서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다. 최근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이 못 기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무’를 강조하는 대학들이 늘어났지만,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새로운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해 필요 지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 Y형 인재의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교수·학생·직원들 스스로 끊임없이 이에 대해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Y형 인재 브랜드화의 세부 내용을 몇 가지만 든다면.
“우선 기초교육 강화에 역점을 뒀다. 올해부터 교양필수로 ‘명저 읽기와 글쓰기’ 과목을 개설했다. 교수들로 TF팀을 꾸려 분야별 고전 100권을 엄선해 지도를 맡게 했다. 또 수학·물리·논리학 등도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책임조교 제도를 도입해 점검·지도하는 수준별 맞춤교육을 진행 중이다. PBL(Problem Based Learning) 방식 수업으로 문제 해결능력을 배양하고, 인성·창의성·진취성 함양을 위한 총 170여 개의 Y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 학자 출신 총장인데 적극적 변화를 꾀하는 게 이례적이다.
“경쟁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대학이 딱 그런 상황이다. 대학은 산업사회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각 학문별로 나눠 연구하고, 각각의 전문 분야에만 익숙한 인재들을 길러낸다. 교수사회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분야만 깊이 연구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이젠 많이 없다. 전공을 뛰어넘는 브레인스토밍, 논의·협력이 중요한 시기가 왔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융·복합 연구팀을 적극지원, 15개 팀이 움직이고 있다.”

- 학내 구성원들이 잘 따라와 줬나. 소통이 중요한 대목인 것 같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가 컸고, 총장 취임 후 재단도 정상화 절차를 밟아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가시적 성과가 보여 다 같이 열심히 뛸 수 있었다. 학생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는 방법을 고민하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고, 그 이후 e메일로 발전방안을 건의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아예 ‘총장과의 대화’란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만들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내부 피드백이 없고, 대학 발전도 어렵지 않은가. 직접 구성원들을 만나며 소통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처장, 상경대학장, 경제학과장 등의 학내 보직을 거쳐 지난해 2월 영남대 제13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한국노사관계학회장을 역임했고, 대구 노동교육협의회장과 대구·경북 인적자원개발 분과협의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비롯해 대구·경북 고용인적자원포럼 대표, 재단법인 경북테크노파크 공동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정리 = 김봉구 기자, 사진 = 영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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