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슈스케’, 오디션, 그리고 공정사회
[시론] ‘슈스케’, 오디션, 그리고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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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본지 논설위원·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추석 연휴가 끝났다. 폭우로 고생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길고 평온했던 연휴 끝자락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과 불안감이 지배한다. 이럴 때 안정제가 필요하다. 물론 중독의 위험은 크지만, 의사의 처방도 필요 없고 큰 비용도 들지 않는 안정제, 즉 TV!

최근 한 TV프로그램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슈스케’. 온전한 이름은 ‘수퍼스타 K 시즌 2’.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슈스케’는 ‘진정한 수퍼스타’를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 프로그램은 TV·인터넷·소셜 네트워크·일상 대화마저도 지배한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유사 경쟁 프로그램들이 이미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바로 ‘오디션’이다. 그렇다. 현재 한국은 오디션에 열광하는 ‘오디션 사회’가 되었다. 이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슈스케 예선 지역, 참여자 수와 시청률에서 읽을 수 있다.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에서도 치러진 오디션 참여자는 총 134만 명. 케이블TV의 시청률 최고 기록을 깼으며, 이를 공중파 시청률로 환산하면 약 40%에 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록을 매번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왜 한국은 오디션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국의 오디션 사회로의 진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견인의 동력이 된 지 오래다. 서구의 관계자, 학자, 논평자들은 이 현상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 진정성에 대한 갈망이다.

대부분의 오디션 참여자들은 유명인이 아니다.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들이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이 특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오디션 쇼는 우리 자신의 ‘진정한’ 성장 드라마다.

두 번째 요인은 스펙터클을 가까이서 보려는 욕구다. 오디션 쇼는 훗날 진짜 스타가 될 수도 있는 예비스타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스펙터클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있었지만, 대중은 단지 그 결과물만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쇼는 무대 이면을 무대 전면으로 재배치한다. 그렇게 우리는 명품의 비밀스런 제작 공정을 ‘직접’ 보게 됐다.

세 번째 요인은 새로운 인간유형의 출현이다. 세계는 경쟁이 지배한다. 문제는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 여기서 필요한 것은 주목받는 능력이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과 능력을 ‘그럴 듯하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오디션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런 능력은 오디션이나 노동시장에서만 중시되지 않는다. 모든 다른 삶의 영역, 예를 들어 사랑, 결혼, 우정과 같은 친밀성의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능력을 보여 주고 치부 노출을 불사하는 것은 경쟁시대의 새로운 인간유형의 특성이다.

오디션 쇼는 새로운 인간들의 경연장이다. 이 경연장은 치열한 우리 일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노출되므로 리얼하고 드라마틱하지만(동일시 효과), 내가 경쟁에서 패배할 염려는 없으므로 안전하기에 매력적이다.

‘한국형’ 오디션 사회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인이 있다. 이른바 ‘공정사회’. 아니 그리 큰 얘기를 할 것도 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에 대한 갈망, 그리고 참여의 요구가 그것이다.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여러 언행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던 전 외교부 장관도 딸이 관련된 선발의 부적절함으로 ‘한 방에 가 버렸다’.

오디션 쇼의 매력은 선발과정이 공개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열광시킬 스타들의 선발에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데 있다. 슈스케의 놀라운 성공에서 현재 한국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 수 있다. 선발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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