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 기자. 아주대 분식회계 기사 단독보도 했었지? 근데 A일보가 단독이라고 썼네.”


지난주 목요일 오전, 한 일간지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기자가 지난 5월에 단독 보도한 ‘아주대, 교비 분식회계 의혹<본지 5월 10일자 1면 참조>’ 기사를 유력일간지인 A일보 탐사보도팀이 단독으로 입수해 1면기사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무려 5개월이 지나서 말이다.

기자는 해당 기사를 꼼꼼히 읽어봤다. 실제로 기사 본문에는 ‘본지 탐사기획팀이 아주대 교수회의 조사 결과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라고 나왔다. 그렇다면 해당 탐사보도팀은 정말 한국대학신문의 ‘단독 보도’를 몰랐을까. 대답은 ‘아니다’다. 설사 정말 몰랐다면 A일간지 탐사보도팀은 사전 취재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독 입수했다고 지면에서 밝히는 것은 동종 업계의 ‘상도’를 어김과 동시에 독자에 대한 ‘기만’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대학신문이 다른 언론사에게 빼앗긴 단독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기자가 쓴 ‘서강대 경영대 ‘진흙탕’ 싸움<본지 8월 23일자 2면 참조>’ 기사를 B일간지가 ‘서강대 연구비 횡령 비리 ‘내홍’’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타이틀을 버젓이 붙이고 보도했다. 이에 기자는 B일간지 해당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말 단독 보도가 맞는지 전후사정을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한국대학신문이 그 기사를 쓴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드가 다르기 때문에 단독보도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한국대학신문이 기사를 쓴 것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한 줄이 다르기 때문에 단독 보도라는 것이다.


기자는 기사를 쓸 때 충분한 사전 취재를 바탕으로 여러 취재원과의 확인과정을 거치고 사내에서의 치열한 게이트 키핑(Gate-Keeping) 과정을 거친다. 기자가 쓴 아주대 교비 분식회계 기사나 서강대 경영대 사태 단독 보도가 그런 케이스다. 한 명의 기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쓴 기사를 다른 언론사가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고질적인 행태는 저널리즘 윤리에도 벗어난다.


단독보도가 아닌 기사를 '단독'이라고 주장하는 기자들은 이런 저널리즘 윤리를 한번 쯤 되새겨 볼 일이다.  '사실(fact)'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자기 최면은 ‘진정한 기자’가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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