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이끌 '총아' 주목받으며 급성장

지난 2001년 탄생한 사이버대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이했다.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설립된 사이버대는 고등교육법 이관과 대학원 설립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급성장했다.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미래교육을 이끌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사이버대의 지난 10년을 10개의 키워드로 풀었다.

1. 고등교육법= 지난 10년 동안 사이버대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으라면 ‘고등교육법 이관’을 들 수 있다. 사이버대는 설립 초기인 2001년부터 미비점이 계속 제기됐고, 사회 인식 역시 상당히 낮았다. 이에 따라 사이버대의 모임인 원격대학협의회는 지난 2005년 12월 만장일치로 고등교육법 이관을 요청키로 결정했다. 이후 2006년 김교흥 국회의원 대표발의로 교육위에 상정, 다음해 8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평생교육법을 벗어나 고등교육법에 안착했다. 이에 따라 2008년 4월 법률 시행과 함께 같은 해 12개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고등교육법 이관은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을 교과부가 보장한다는 의미로, 4년제 대학과 같은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종 자격증 시험이나 회사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던 사이버대는 4년제 대학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2. 콘텐츠= 콘텐츠는 사이버대 수업을 지칭하는 동시에 사이버대 전체의 품질을 의미한다. 사이버대 관계자들은 우수한 사이버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주저 없이 콘텐츠를 꼽고 있으며, 사이버대는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서 ‘인증’을 받아 콘텐츠의 우수함을 알리고 있다. 교과부가 매년 시행하는 사이버대 콘텐츠 평가 중 ‘콘텐츠 개발사업 부문’ 평가라든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원격대학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 평가 결과’ 등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사이버대는 보통강좌의 3~5배에 달하는 투자를 통해 매 학기 ‘전략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대회에서도 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서울사이버대가 독자 개발한 이러닝 시스템인 ‘SCU Learning WAVE(이하 WAVE)’는 최근 국제 이러닝 경쟁대회(IMS 러닝 임팩트 어워드(LIA) 2011) 본선에 진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재웅 총장은 이번 성과에 대해 “전 세계가 서울사이버대를 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3. 특성화= 사이버대의 역사가 10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존 4년제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사이버대는 특성화로 무장하고, 특이학과를 운영하며 학습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는 문화예술 분야를, 대구사이버대는 특수교육·사회복지·상담 및 치료분야를 각각 특성화로 내세우고 있으며, 사이버한국외대의 경우 외국어를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대학에 없는 새로운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들도 상당수다. 경희사이버대는 NGO·한국어문화·벤처농업경영 등을, 원광디지털대는 얼굴경영·한국복식과학·약물재활복지과를, 세종사이버대는 외식창업프랜차이즈·만화애니메이션과를, 열린사이버대는 보석딜러·온라인창업과 등을 운영 중이다.

4. 비리= 초창기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사이버대에 대한 상당한 비난도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수업부실에 대한 지적은 물론이거니와 교비횡령 등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이버대는 도매금으로 매도되곤 했다. 지난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상당수 원격대학이 학사 및 회계관리 등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일부 원격대학의 경우 교비 유용 및 횡령 의혹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설치인가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했고, 출결관리도 엉망이어서 ‘사이비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원격대학협의회가 그해 9월 발표한 사이버대의 ‘원격대학 윤리강령’은 이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열린사이버대는 올해 인가신청서에 수익용기본재산과 재정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발각돼 지난해 받았던 인가를 취소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5. 산업체·군협약= 뒤늦게 시작한 만큼, 사이버대는 기존 4년제 대학 시장과는 다른 시장을 공략해야 했다. 이를 위해 눈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산업체’와 ‘군(軍)’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대의 특성을 이용한 이 같은 시장공략은 재교육을 담당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여러 사이버대가 기업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기업과 협약을 맺고 직원들을 사이버대에 입학시키는 ‘산업체 위탁’ 방식으로 학생 모집에 나선 것. 아울러 군경상담학과 등 군 관련학과를 내세워 진출하는가 하면, 사병에 대한 장학금과 맞춤형 강좌 등을 내세워 대학에 다닐 수 없는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격대학협의회는 지난해 육군과 협약을 맺었으며, 올해엔 공군과 ‘학·군 협동 프로그램’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김영철 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이버대의 등록금이 싸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점이 군의 현실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6. 오프라인= 사이버대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는 하나, 재학생의 오프라인에 대한 열망은 항상 강했다. 이에 따라 사이버대들은 각종 문화행사는 물론, 지역에 학습관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접촉을 꾀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의 경우 발레·오페라 등 매년 대규모의 송년 문화행사를 하고 있으며, 단독 캠퍼스와 전국에 위치한 지역학습관 등에서 체육대회·졸업식·입학식·명사 초청 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아울러 재학생들의 만남을 위해 동아리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동아리의 경우 대학 자체 홍보뿐만 아니라 입시에서도 높은 홍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게 사이버대들의 이야기다. 경희사이버대 등은 이번 학기부터 따로 예산을 책정해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사이버대들도 체계 정비에 분주하다.

7. 방송통신대= 사이버대를 이야기할 때 방송통신대(이하 방통대)을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방통대와의 경쟁과 연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이버대의 고민 중 하나다. 실제로는 사이버대가 원격대학에 편입한 형태지만, 사이버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방통대를 추격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격대학협의회는 ‘원격대학협의회법(가칭)’을 입법 추진하면서 방통대와 함께 원격대학의 밑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현재까지 방통대가 완곡히 거절하는 상황이다. 거절의 이유는 다름 아닌 학생평가 부분. 방통대는 학생평가에서 ‘오프라인’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사이버대의 온라인 평가는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8. 영풍·노풍·고풍= 지난 10년간 사이버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연령대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학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이버대의 문을 두드리는 ‘영풍(YOUNG風)’이 거세고, 인터넷의 발달과 확산에 따라 그동안 못다한 공부를 하려고 사이버대를 찾는 60·70대 노인들의 ‘노풍(老風)’도 만만찮다. 고학력 지원자, 이른바 ‘고풍(高風)’도 불고 있다. 교과부 사이버대 학력별 등록생 비율에 따르면 지난 2002년 5.2%를 차지했던 전문대 졸업자 등록률이 2009년 4월 현재 30.5%까지 급증했다. 사이버대가 평생학습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면서 신·편입생 모집에 수백명의 대학원생이 몰리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대학 재학 이상 학력 지원자는 현재 24%를 넘어섰고, 전문대 재학 이상 학력 지원자는 전체 61%나 된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이버대가 인정받고 있음을 말해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9. 대학원= 2008년 고등교육법 이관이 사이버대의 큰 획을 그었다면, 다른 한 획은 대학원 설립이라 할 수 있다.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사이버대 특수대학원은 지난 2007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가능케 됐다. 지난해 첫 신청에는 모두 6개 사이버대가 24개 전공을 신청했으며, 이 중 한양사이버대만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지난 6월 말까지인 사이버대 특수대학원 신규 신청을 받은 결과, 경희사이버대·서울사이버대·원광디지털대·대구사이버대 등 4개 대학이 재도전 의사를 밝혔으며, 세종사이버대가 올해 신규로 나섰다. 사이버대학원은 사이버대의 질적 성장을 예고하는 하나의 사건이자, 사이버대 구조를 뒤흔들 일종의 신호탄이다. 올해 사이버대 특수대학원을 인가받은 대학은 한양사이버대와 함께 ‘강(强)’으로, 나머지 대학은 ‘약(弱)’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몇몇 대학이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가된 사이버대는 2011학년도 3월 1일 대학원을 개원한다.

10. 모바일= 지금까지가 사이버대의 ‘과거’였다면, 모바일은 사이버대의 ‘미래’를 예고하는 키워드다. 사이버대는 인터넷을 넘어 이제는 모바일까지 진입했다. 4년제 대학이 모바일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사이버대는 재빠르게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스마트폰 붐과 함께 불고 있는 사이버대의 모바일 열풍은 4년제 대학과의 주요 경쟁 무기다. 출결을 관리하고 진도를 체크하는 한편, 등록과 수강, 성적·학적 열람과 신청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동영상 강의도 내려 받아 공부할 수 있으며, 동문과의 교류를 위한 인맥 네트워크 서비스도 선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로 공부하는 ‘M-러닝’이 성공할 경우 몇몇 사이버대는 오히려 4년제 대학을 앞서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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