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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모교 출신 교수, 많아도 적어도 문제
-서울대는 90% … 일부는 전무
-“학문의 다양성 추구가 최우선”

대학들의 ‘순혈주의’ 교수 채용 풍토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反) 순혈주의로 인한 문제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마다 모교 출신 교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케이스건 학문의 진보는 다양성을 존중할 때 이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끼리끼리’ SKY 대학 … 일부는 자교출신 ‘전무’ = 지난달 14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2009 대학별 모교·타교 출신 교원 현황’에 따르면 국·공립대, 서울소재 사립대 84개 중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대학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였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전체 교원 1747명 중 1549명이 모교 출신으로 무려 88.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표 참조> 또 연세대는 전체 1366명 중 76.6%인 1046명, 고려대는 1247명 중 60.9%인 760명이 모교 출신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 함께 대다수 서울 주요 대학들의 모교 출신 교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화여대 45.5%, 한양대 43.9%, 한국외대 42.6%, 서강대 40.4% 등으로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40%를 상회했다. 또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50.5%)·경북대(48%)·부산대(40.4%) 등의 모교 출신 교수 비율도 높았다.
이와 반대로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현저히 낮은 대학들도 많았다. 84개 대학 중 3분의 1정도인 25개 학교에서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5%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에선 모교 출신 교수가 전무한 경우도 있었다. 교과부 자료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이 같은 현상은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에서 더욱 뚜렷할 것이란 게 해당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지방 소규모 사립대 한 교수는 “서울 주요 대학들, 거점 국립대, 지방 대형 대학 등 상위권 대학에선 모교 출신 교수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반면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에선 모교 출신 교수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당장 우리 대학만 해도 모교 출신 교수가 희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 역시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는 크기도 작고, 졸업생들이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비율도 낮다”며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갈수록, 대학 크기가 작아질수록 모교 출신 교수 비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교 출신 ‘많아서’ 문제 =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들이 지탄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순혈주의가 학문 발전에 저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제, 선·후배는 학문적 성향이 유사하므로 모교 출신 교수들이 지나치게 많으면 건전하고 다양한 논쟁·비판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교 출신이 많은 대학에선 타교 출신이 소외되고, 연구비 횡령 등의 비윤리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는 데 급급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장은솔(가명)씨는 “우리 과에 국어학 전공 교수님이 두 분 있는데, 사·제 간이다. 제자인 교수님이 스승인 교수님의 학설을 그대로 답습해 가르치고 있어 수업 스타일이나 내용이 너무 비슷하다”며 “같은 현상을 다각도에서 연구하며 지식의 깊이·폭을 넓혀 가는 게 대학 공부 아니냐. 교수님이 사·제 간이다 보니 다양한 시각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고, 지적인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방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서울 한 대학 교수는 “학부는 지방에서 마치고, 석·박사과정은 외국에서 밟았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사실 원서를 넣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지만, 타교 출신이기 때문에 교수들과의 관계에서 서먹하고 불편한 점이 있다. 이미 학부 때부터 연을 쌓아온 사람들 틈에 끼는 게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각계에선 그동안 수차례 대학들의 순혈주의 풍토를 지적해왔고, 정부에서도 교육공무원임용령 제4조의3(대학교원의 신규채용) 제1항에 “대학교원 신규 채용 시 특정대학의 학사학위 소지자가 모집단위별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정당하고 합법한 평가를 통해 임용했는데도 우리 대학 출신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순혈주의라는 비판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모교 출신 ‘적어도’ 문제 = 모교 출신 교수가 너무 많은 것뿐 아니라, 적은 것도 문제다. 특히 모교 출신 교원이 적은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교수들의 주인 의식 부족 △학생들의 사기 저하 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강원지역 한 대학 교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보다 우리 대학 출신들이 학문적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고, 결국 교수 임용 때마다 밀리게 된다. 현재 우리 대학 출신 정교수가 거의 없다”며 “타교 출신 교수들은 아무래도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주인의식이 부족해 큰일이 생기면 모르는 채 하는 일이 많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유출도 잦다. 학교의 앞날을 생각하면 속상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또 전남지역 한 대학 경영학과 3학년 박정호(가명)씨는 “대학에 들어와서야 공부가 재미있는 걸 알게 됐고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됐다. 그렇지만 입시 점수가 워낙 낮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전공도 흔한 분야여서 답답하다”며 “교수가 되겠다고 말하면 친구들조차도 ‘우리 학교 나와서 가능한 일이냐’며 콧방귀를 뀐다. 교수님 중에 우리 학교 출신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곁에서 지켜보며 롤모델로 삼을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정 대학 출신 교수들끼리 무리를 형성, 학내에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 내에 ‘서울대파’, ‘연세대파’, ‘고려대파’ 등으로 파벌이 형성돼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달리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낮은 대학에서도 높은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파벌이 형성되는 셈이다.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5%미만인 한 지방대 교수는 “우리 대학은 모교 출신이 희소하고, 서울대와 지역 상위권 국립대 출신 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내 중대 사안이 터질 때 마다 두 대학 출신끼리 무리를 만들어 대립하곤 한다”며 “특히 총장 선거에 두 대학 출신이 동시에 입후보할 경우, 교수들 간 신경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위권 대학에서 순혈주의로 인해 학문의 다양성이 저해된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학교처럼 특정 대학 출신 교수들이 파벌을 형성하는 곳에서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교과부의 철저한 감독 필요” = 이처럼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대학들은 각각 그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학내에 특정 대학의 파벌이 형성, 소수가 소외되고 학문의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문제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제일 먼저, 신규 교원 임용 시 특정 학교 출신 비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한 현 교육공무원임용령을 확대해 모교 출신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게도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규정만 만들 게 아니라, 각 대학들이 이를 엄수토록 교과부가 철저히 관리·감독해야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높은 것뿐 아니라,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특히 두 경우 모두에서 일부 대학의 파벌이 형성되는데, 학문의 다양성 추구에 역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관련 규정을 확대·강화하고, 대학들이 이를 지키도록 교과부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남지역 한 대학 기획처장도 “꼭 모교 출신이 아니더라도 특정 대학 출신이 많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 학교 출신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모교 출신 교원의 적당한 비율로는 25~35%를 제시하는 교수들이 많았다. 모교 출신 교수가 10명 중 4명이상이면 많고, 2명이하면 적으므로 대학 차원에서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치로 본다면 현재 가장 이상적인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을 보이고 있는 대학은 동국대(32%), 성균관대(33.8%) 등이다.

[박스]직원 모교 출신 선호 추세 ‘뚜렷’
-“애교심 등 긍정적인 점 많아”

최근 대학 직원이 ‘신의 직장’으로 손꼽히면서 해외 유학파, 전 대기업·전문직 종사자, 상위권대 출신들의 유입이 급증했으나, 많은 학교에서 “부족해도 모교 출신이 낫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의 경우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한 직책인데, 모교 출신이 아니면 대학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본지가 지난 18~20일 전국 5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 학교의 모교 출신 직원 비율은 낮게는 1%에서 높게는 80%에 달했다. 특히 자율적으로 직원을 선발할 수 있는 사립대의 경우, 대부분에서 모교 출신 비율이 30%이상을 상회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많은 대학들에서 최근 몇 년간 모교 출신 직원 비율이 낮아졌다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중위권 사립대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K대 인사팀장은 “최근 직원 공채에 SKY 대학 출신자들의 지원이 크게 늘었다. 또 우리 학교 출신보다 실력이 좋은 게 사실이어서 선발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막상 뽑아 놓고 나니 ‘힘들다’는 이유로 1년도 못 채우고 그만 두는 일이 잦았다.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애교심이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또 지방 K대 인사팀장도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 중엔 아무래도 모교 출신이 많다. 교수도 그렇지만, 직원의 경우 학교에 대한 사랑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 같은 생각에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어 최근 모교 출신 직원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 직원 채용 시 일정 비율 이상을 모교 출신으로 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S대 관계자는 “최근 상위권 대학 출신을 많이 선발해 봤는데, 모교 출신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신입 직원 중 30%이상을 자교 출신으로 뽑는 내부 규정의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H대 관계자도 “현재 모교 출신 직원 비율이 20%정도인데, 일정 수준까지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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