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1위’ 비결 맞춤형 산학협력 프로그램

한국산업기술대(이하 산기대)는 지난 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률 통계에서 당당히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다 그룹’(졸업생 1000명 이상 2000명 이하)에서 취업률 73.1%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사실 산기대의 취업률 1위 타이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정규직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해 취업률 1위가 특별한 것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이하 DB)에 따라 산출해 거품을 뺀 통계에서도 최상위권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최준영 산기대 총장은 취업률 1위의 비결로 우수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꼽았다. 산기대는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시작한 가족회사 제도를 비롯해 ‘엔지니어링 하우스’, 프로젝트 실습 학습제 등 독창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과정도 현장 중심 산학협력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특히 현장 경험을 지닌 기업체·연구소 임원 출신의 강의 비율이 높다. 현장에 즉시 투입돼도 제몫을 다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2007년 개교 10주년을 맞아 선포한 ‘KPU 글로벌 비전 2020’(이하 비전 2020)이 본 궤도에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제2캠퍼스 조성 계획. 약 33만㎡ 규모의 ‘산학융합형’ 제2캠퍼스를 건립해 첨단산업단지를 이끌어가는 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란 의지가 담겼다. 산기대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데 앞장서온 최 총장을 지난 6일 만났다.

- 집계 방식이 올해부터 바뀌었지만 취업률 1위를 고수했다.
“이번에 발표된 취업률은 건강보험 DB와 연계해 가장 신뢰도 높은 통계다. 취업률 1위는 산기대의 실용교육이 빛을 발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산학협력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취업 후 재교육이 필요 없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했고, 특히 산업체 임원이나 연구소 출신들이 강단에 많이 선다.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달하는 효과가 크다. 이런 노력들이 합쳐져 산기대 졸업생은 믿고 쓸 만하다는 신뢰감이 쌓인 것이라 본다.”

- 화두는 ‘현장 중심 실용교육’이란 얘기로 들린다.
“산기대는 태생부터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자금을 출연해 설립된 대학이다. 산학협력 특성화대학을 목표로 산업체와의 스킨십에 힘써왔다. 대학은 산업 현장을 캠퍼스로 삼고, 산업체는 대학을 연구 개발실로 활용하자는 게 산기대의 모토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이슈가 되기 전부터 실용교육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먼저 준비한 만큼 성과도 크다. 올해는 물론 지난 2002년부터 9년 연속 전국 최상위 취업률을 이어온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 가족회사 제도가 특히 눈에 띈다.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안다.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은 산기대 가족회사 제도는 전국 대학 중 가장 앞서 시작됐다. 대학의 산학협력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 2006년 당시 산업자원부가 ‘공과대학 혁신포럼’에서 가족회사 제도의 전국 확대 방침을 밝힌 것은 산기대의 운영 사례가 참조가 됐다. 가족회사란 한 마디로 ‘파트너십 회사’들이다. 대학과 기업이 서로를 파트너로 삼아 △기술 교류·개발 △공동연구 △현장 연수 등이 가능한 ‘윈-윈(win-win)’ 산학협력 모델이다.”

- 세부 내용과 성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가족회사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273개로 시작했지만 현재 3756개 기업까지 확대됐다. 교수들이 20~30개 기업을 담당해 연구·개발 과정과 연구원 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산업체 연구원들 역시 학생 교육을 맡기도 한다. 최근엔 가족회사들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발하고 있다. 성과로는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 1·2단계 연속 선정을 들 수 있다. 1·2단계 사업 연속 선정은 전국적으로도 몇 되지 않는다. 또 2단계 사업 선정시 유수의 대학들을 제치고 수도권 대학 1위로 뽑혔다. 1단계 사업기간 내내 정부 주관 사업평가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한다.”

-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의 내용은 무엇인가.
“비전 2020은 글로벌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산기대의 장기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시화호 인근에 조성하는 시화멀티테크노벨리(MTV)에 33만여㎡ 규모로 제2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반월 공업단지(이하 공단)에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시화 공단을 더 확장해 첨단산업단지를 만들 요량이다. 이곳에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산학융합형’ 제2캠퍼스를 건립하는 게 목표다.”

- 산학융합형 제2캠퍼스의 구체적 상이 궁금하다.
“첨단산업단지에는 기존 반월·시화 공단에 비해 친환경·에너지·바이오 관련 업체 등 미래지향적 기업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높은 수준의 연구력이 요구되는 만큼 산업체 입주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선도 대학이 필요하다. 실제로 입주 의사를 밝힌 기업 대부분이 교수 연구 인력과 시설 등 대학 인프라를 활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제2캠퍼스 조성은 대학이 산업체를 찾아가는 최근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산기대가 기업들과의 공동연구와 제품 개발까지 첨단산업단지를 이끄는 선도 대학이 되도록 힘쓸 계획이다.”

- 국제화 노력에도 힘써온 것으로 아는데.
“이제 학생들의 국제화 감각은 필수 덕목이다. 올해 초부터 ‘ATLASE(Advancing Tomorrow's Leaders for Achieving Sustainable Ec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공학인재 육성을 위해 유네스코와 손을 잡아 주목받은 사례다. 대학 차원에서 학생들의 국제교류 전문성 강화를 돕기 위해 행정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획실 산하에 있던 국제협력팀을 ‘국제교류원’으로 분리 운영해 국내 학생의 해외 파견과 유학생 유치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프로그램에도 산학협력을 중시했다. 해외 대학을 포함해 해외 인턴십과 해외 산업 현장 견학 커리큘럼 등을 마련했다. 해외 대학·연구기관과의 국제교류, 학생 파견도 활발해졌다. 현재 21개국 48개 기관과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학생들을 14여개국에 132명을 파견했다.”

- 취임 후 3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와 남은 임기 역점 계획은.
“처음 취임했을 때 부족한 공간과 열악한 시설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동안 노력해온 결과 대학 내에 위치해 있던 생산기술연구원 부지를 최근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 설립 이후 10여 년 동안의 숙원이 해결돼 더 의미가 깊다. 비전 2020을 통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현실화한 것도 중요 성과다.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에서 1·2단계 선정과 평가 과정 내내 1위를 고수한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제2캠퍼스 건립을 중점 추진하겠다. 또한 2013년까지 가족회사를 5천여 개로 늘려 산기대의 장점인 산학협력 특성화 시스템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 최준영 총장은…
1951년 경북 칠곡 출생.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인제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제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상공부 기획예산담당관,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장·자본재산업국장·산업정책국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 9월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사진= 한명섭 기자, 정리= 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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